2024년 5월 29일 (수)
(홍)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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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성당 봉사관계로 마음이 복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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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15 ㅣ No.3051

 

  머릿속으로 아무리 생각해봐도 잘 모르겠네요...

 

  성당에서 성서모임 관련으로 봉사를 하며 지냈습니다. 

  그동안 모임에서 큰 문제도 없었고...

 

  문제는 작년에 제가 회사를 그만두고, 고시 공부를 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1차 시험기간이 불과 몇개월 밖에 안 남았었지만, 모임 봉사는 어차피 몇개월동안 맡기로 한거

계속하기로 했었습니다.  

  그렇지만, 턱없이 모자란 공부시간과, 태산같은 공부량에 눌려서... 그리고 1년을 넘게 벼르고 별러서...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회사다니면서 저축한 돈으로 학원비와 자취 생활비를 충당하며 사느라 빠듯해서... 

부모님 반대를 겨우 설득해서 해보겠다고 한 거라...  정말 합격이 간절했었습니다. 

 

  다른 행사나 봉사활동은 엄두를 낼 수가 없었고, 그래서 모임 봉사 시간에만 하루 정도 나오는 봉사자가

되어버렸습니다.   그 와중에, 제가 고시공부를 한다는 말을 사람들에게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그냥 사정이

안 좋다며 모임시간에만 나오면 안 되겠냐고 양해를 구하는 과정에서 대표 봉사자가 저에게 큰 배신감을

느꼈었나 봅니다. 

   결국 고시 공부한다고 얘기를 했고...  사람들 반응은...

   너가 얼마나 똑똑하다고 몇개월 겨우 준비해서 고시 붙으려 하느냐... 차라리 봉사를 계속 하지...

   그런 식이었습니다.

   성당에 갈때면 사람들의 입에 걸린 비웃는 표정이 저에겐 너무나 큰 고통이었고...

   하지만 모임 봉사는 정말 이를 악물고 끝까지 했습니다.

   하여간... 별의별 반응이 다 나왔었고...   눈물 흘리며 제 사정을 말한 저의 가장 친한 자매 한분과... 어느

형제님 한분만이 겨우 제 응원자가 되어주더군요.   모임 시간에 고통스럽다고 얘기해도, 정작 그러냐는 그때 한 순간 뿐인 거 같았습니다.

 

   이 길이 내 길이 아니어서 그렇게 날 힘들게 하시냐고 하느님께 기도하며... 악으로 하루에 10시간을 넘게

공부를 해대었고...  결국 1차 합격이라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제가 합격이라는 말에 모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솔직히 쓴웃음이 나왔고... 

   그래도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나에게 그럴 수 밖에 없었겠지 이해하고...

   모든게 하느님의 은총이라 믿었기에, 2차 시험을 앞두고도 계속 모임 봉사를 하였고...

   이제 2차를 마치고, 고향인 대구로 내려왔습니다.

 

   문제는 지금 또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2차는... 역시나... 준비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서  막판 몇개월을 눈물을 가슴으로 삼키며 공부를

해도, 그다지 잘 치지 못했습니다.   아직 결과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잘못 짚은 문제가 눈에 아른

거리며... 내년에 다시 2차에 도전할 것을 기약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혼자 자취하는게 힘들고, 저축한 돈도 다 떨어져가고...  항암 치료 받고 계시는 아버지께서

저를 보고싶어하시는 것도 있고... 해서 올해 12월까지는 대구에 계속 있고 싶었고...

 

그리고...  모임 봉사 활동을 공부와 병행하면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일요일 하루는

정말 집에서 푹 자면서 쉴 수 있었으면 하는 휴식에 대한 바램...  그리고...  도저히 이제는 봉사를 할 수

없듯이 자신감도 상실되고...  저는 봉사의 휴식을 정말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지금 저희 성당의 소속 단체 사정이 굉장히 안 좋은 거 잘 알고 있습니다.

   한사람의 일손이라도 정말 애타는 거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잠시... 내년까지 1년~2년 정도를... 봉사를 쉬면 안 될까요...

   주일미사와 기도생활은 물론 계속하구요...

   

   그런데...

   새로운 대표 봉사자도 저를 끈질기게 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게 바로 집요한 거로구나 싶을 정도로,,,

  

   그 친구가 저에게 느끼는 배신감을 알 수 있을 듯도 하지만...

   이젠 봉사에서 손을 떼고 싶어하는 제 바램을 눈치채고 있으면서도, 그러는 사람들을 보며...

   얼마나 일손 하나가 간절하면 그럴까 싶기도 하지만...

 

   그렇지만, 저의 바램은 제발... 제발...... 나를 잠시만 놓아달라는 것입니다.

 

   마음이 너무 복잡합니다.

   제가 지금 봉사하지 말라고 나쁜 거에 시달리는 겁니까?

  

   저는 그렇게 집요한 사람들 앞에서 정말 마음의 문을 열고 웃으며 봉사할 엄두도 나질 않는데...

   

   11월에 엠티있다고 오라는데...  대구에서 서울까지 그것때문에 왜 올라가야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언니, 시장도 봐주고 그래야죠...   그러는데...  마음속으로는 내가 왜...라는 물음밖에...

   못갈거 같다고 해도... 오라고... 

   이거까지 못한다는거 아니죠...라고 하는데...  내 마음속으로는 미안해...

   결국 간다고 말해버렸습니다.  거기서 겪을게... 난 휴식을 위한 엠티라기보다... 너무나 아찔한 느낌인데요.

   

   제발 알려주세요...

   제가 지금 나쁜 거에 시달리고 있는 거... 아니겠지라는 바램으로...

   하지만... 두려운 마음에...  제가... 그런 겁니까?

  

   도움이 간절한 사람들을...  내 눈앞의 지극히 개인적인 현실때문에, 냉정하게 뿌리치는 모진 사람입니까...

 

   그 사람들은 도대체 왜 저를 놓아주지 않는 걸까요...

 

   저와 따뜻하게 신앙에 대한 교감을 느끼면서, 봉사를 하고 싶어져서... 이젠 그러겠노라고 그러는 걸까요.

아니면,,,   요즈음 봉사자수가 급격히 줄어든데에 따른 일손부족으로 그러는 걸까요...

   좀더 솔직히 탁 터놓고, 제발 날 더이상 찾지 말라고 말하려해도, 그 때 상대방에게서 나올 반응을 생각하면

마음이 안타깝고 미안해서...  제가 잘못하는 것일까도 두렵고...  고민에 고민만 거듭하다가...

이렇게 한심하게 글을 올립니다.

 

   어떻게 해야할까요... 

   그래도 다시 이를 악물고 봉사를 해야하나요...

 

   어쨌건...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이렇게 게시판에라도 막 얘기하니, 마음이 한결 낫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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