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2일 (일)
(백) 주님 승천 대축일(홍보 주일) 예수님께서는 승천하시어 하느님 오른쪽에 앉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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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왜 희망이 보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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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0-07 ㅣ No.984

지나가는 자동차를 보면서 생각합니다.

요즘처럼 자동차 사고가 많은 때에, 지금 나에게는 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서 있는 자동차를 보면서 생각합니다.

급발진 사고도 많다는데, 지금 저 차가 나에게 달려든다면 좋을텐데...

 

내가 죽는다면, 지금 나를 옭아매는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내가 느끼는 절망으로부터 내가 피해갈 수 있을까?

죽음이 내게 정말 휴식이 될 수만 있다면 죽어 버리자.

하지만, 죽음 뒤에 내가 만나는 것이 정말 휴식일까?

하느님께서,

"너는 왜 나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느냐? 나는 네가 나를 부르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렇게 말씀하실 것이 두렵습니다.

아니, 자신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 가장 심각한 범죄라 들었기 때문에 죽지 못하며, 죽음에 이르기까지 겪어야 할 고통이 무서워서 죽지 못합니다.

 

사람들은 쉽게 말합니다.

죽을 각오로 살면 된다. 이 세상에는 당신보다 더 절망적인 가운데서 희망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

나는 혼자 중얼거립니다.

예를 들어, 자신이 좋아하는 인기가수가 다친 것 때문에 목숨을 끊는 어린 학생들, 그들이 어린 나이에 느껴야 했던 절망이 당신들의 충고로 사그라들 수 있는 것이었다면 그들이 죽음을 선택했겠느냐고, 그들이 그만큼의 크기로 절망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에 당신들도 일말의 책임이 있음을 느낄 수는 없느냐고...

사람들은 다시 말합니다.

인생은 누구나 혼자 살아가는 것이며, 자신이 도움을 청하지 않는 이상 그 누구도 진정한 도움을 줄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더 작아진 목소리로 나는 혼자 중얼거립니다.

그래, 나 혼자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그 누구도 나의 처지를 쉽게 웃어 넘기지 않고 진지하게 들어주며, 인내로이 나를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나는 죽고 싶은 것이라고... 사람들은 남들이 갖지 못한, 자신만이 누리고 있는 작은 행복들에 눈을 돌려 기쁨을 찾으라고 말하지만, 그런 것들을 찾아볼 기운조차 느껴지지 않을 만큼 기운이 없다면 어찌해야 하느냐고...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에 자포자기한 나는 하느님께 묻습니다.

왜 저를 만드셨나요? 당신은 저를 사랑하신다면서, 왜 제가 고통당하시는 것을 바라보고 계시며, 때로는 일부러 제게 고통을 허락하시기도 하는지요. 제가 고통속에서 당신을 찾고, 그러한 과정에서 당신께 더 가까이 가기를 기대하신 것이라면, 왜 그런 모험을 하시나요. 제가 영영 당신 곁을 떠나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신다면, 당신은 전능하신 하느님이 아니지 않습니까?

 

"너를 사랑한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

 

당신이 저를 사랑하신다는 말씀은 지겹도록 들었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그런 무책임한 사랑 고백이 아닙니다. 저는 당신을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이제 제가 계획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당신이 그렇게나 사랑한다는 저 자신을 없애버리고 싶습니다. 제게 생명을 주시고 당신께서 ’보시니 좋았다’고 기뻐하셨다는 제 영혼과 육신을 모두 망가뜨리고 싶습니다. 저는 당신이 가슴아파하시는 것을 보고 싶을 만큼, 제 자신의 삶과 당신을 저주하고 싶다는 말입니다.

 

"너를 사랑한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

 

이제 당신께 묻고 싶습니다. 제가 선택한 죽음의 결과는 끝이 아니라, 당신 앞에 서서 당신을 뵈옵는 일이었습니다. 당신은 제게 지옥에서 영원을 지내야 한다고 말씀하실 차례가 되었습니다. 어차피 저는 당신의 종이 아닙니까? 당신이 지어냈으니 당신 마음대로 하십시오. 저는 순명이 아니라 오기로 이렇게 대답할 것입니다. 당신은 그런 제게 어떤 말씀을 하시려는지요.

 

"너를 사랑한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

 

저는 이제 더욱더 악에 바쳐서 소리를 지릅니다. 당신이 그렇게 나를 사랑한다면, 내가 영원을 지낼 지옥을 당신도 함께 할 수 있느냐고, 아니, 나 대신 당신이 영원히 지옥에서 지낼 수 있느냐고...

 

당신이 지옥에 내려가시기 전에 성모님께서 먼저 내려가고 계신 것을,

뒤도 안돌아보고 성큼성큼 내려가시는 것을 저는 보고야 맙니다.

 

당신이 그 지경에 이르도록 내버려두는, 나 같은 인간이 사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너를 사랑한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

 

저는 알지 못합니다, 제가 사는 이유를. 그저...  아직 깨우치지는 못했지만,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가 분명 있다는 것을 느꼈을 뿐입니다.

이렇게 다시 시작합니다.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는 것이 이제부터 내 삶의 한 이유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당신께 도움을 청해야겠다는 마음도 듭니다.

제가 당신을 버려도 당신은 저를 버릴 수 없다는 사실을,

저는 끝까지 제 마음대로 이용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는 안되겠다는 마음이 들기까지...

이제 희망이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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