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토)
(백) 부활 제4주간 토요일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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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나주에서 무엇을 찾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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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1-08 ㅣ No.380

저는 신학교에서 신학생들 가르치고 있는 신부입니다.

저는 나주에 가보지는 않았지만 그곳에서 만든 비디오는 본 사람입니다. 그곳에서 일어난 소위 그 이적들에 대해서 사실이냐 아니냐를 판단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것이 비록 사실이라고 해도 그리스도교의 진리에는 크게 변화될 것이 없습니다.

 

성모님은 예수님께로 가기를 바라는 분입니다. 요한 복음 2장이 전하는 가나의 혼인 잔치 기사를 보면 이런 점이 분명히 드러납니다. 잔치집에 포도주가 떨어졌다는 성모님의 걱정어린 말씀에 대해서 예수님은 조금 퉁명스럽게 여겨실 수 있는 어조로 말씀하십니다. "어머니, 그것이 저에게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모님은 하인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성모님은 우리가 예수님께로 가서 그분의 말씀대로 살아가기를 원하시는 분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의 말씀을 어디서 들을 수 있습니까? 성서에서 예수님 말씀을 들을 수 있고, 미사에서 성체를 모심으로서 그분을 만날 수 있습니다. 성모님은 우리가 이렇게 성서와 성체 안에서 예수님을 만나서 그분이 원하신 대로 회개하기를, 다시 말해서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변화되기를 원하십니다. 이렇게 할 수 있다면 굳이 나주까지 갈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나주까지 갈 시간에 성서 읽기와 미사에 참여하거나, 거기까지 갈 노력과 돈을 이웃을 위한 봉사에 드린다면, 하느님 앞에 훨씬 더 갚진 것이 아닐까요?

 

나주에 가는 것이 교도권의 명을 어기느니 어쩌니 하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과연 성모님께서 진정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이라면, 교도권에서 하지 말라는것을 북북 우겨가면서 할 이유가 없습니다. 성모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진정 아는 사람이라면 성서와 성체성사 안에 계신 예수님께로 향할 것이고, 그런 사람이라면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섬기는 길로 나갈 것입니다. 나주에 수백번 가서, 소위 말하는 이적을 수없이 본다고 해도 하느님께 대한 신앙과 그리스도께 대한 순종 그리고 이웃 사랑이 자라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지 않습니까?

 

나주에서 가서 무엇을 찾으려고 합니까? 성모님의 피눈물? 소위 성체가 살덩어리로 변하는 성체의 기적? 장미향과 같은 냄새?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알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예수님께로 가라는 것이 성모님의 호소이고, 그 예수님은 성서와 미사를 통해서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진짜 기적은 미사 안에서 매번 이루어지는 데 그것을 모르고 지나치는 것이 문제이지요. 빵과 포도주가 예수님의 몸과 피로 변하고, 또 성체를 영하는 사람들 중에서 놀랍게 변화되는 사람이 바로 기적입니다. 가장 중요하고 핵심되는 기적이 매일 지척에서 일어나는 데, 그것을 보지 못하고 - 물의를 빚어가면서 - 멀리 나주까지 달려가는 사람들을 성모님을 어떻게 보실까요? 기쁘게 보실까요? 아니면 안타깝게 슬프게 보실까요?

 

소위 기적이라는 것, 신기한 것에 찾아서 몰려다니지 맙시다. 예수님 시대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기적을 요구하는 그 당시 사람들에게 예수님은 한탄조로 요나의 기적 밖에 보여줄 것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제발 좀 지혜로운 신앙인이 됩시다. 예수께서 어린이와 같아야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하신 것은 어린이가 부모에게 전적인 신뢰를 두고 매달리듯 하느님 아버지께 매달리라는 의미입니다. 미숙하고 어린자가 되라는 것은 아닙니다. 예수님도 그러셨어요. 비둘기 같이 순박하고 뱀처럼 지혜로우라고요. 바오로 사도도 같은 말을 했습니다. "생각하는 데는 어린아이가 되지 마십시오. 악한 일에는 어린아이가 되고 생각하는 데는 어른이 되십시오"(1고린 14,20).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교회헌장> 67항에서 성모 신심과 관련해서 간곡하게 당부한 것을 마음에 새겨두었으면 좋겠습니다.

 

"...성모의 고유한 품위를 존중하는 데에 있어서 지나친 마음의 협소함과 마찬가지로 온갖 거짓 과장도 힘써 피하기를 간곡히 부탁하는 바이다... 말이나 행동으로 갈라진 형제나 다른 그 누구도 교회의 참된 교리에 대하여 오해를 품게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나 다 피할 것이다. 참된 신심은 결실없이 지나가는 일시적 감정이나 헝황한 믿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참된 신앙에 있다는 것을 신도들은 알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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