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9일 (목)
(백) 부활 제6주간 목요일 너희가 근심하겠지만, 그러나 너희의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신앙상담 신앙상담 게시판은 비공개 게시판으로 닉네임을 사용실 수 있습니다. 댓글의 경우는 실명이 표기됩니다.

q [RE:392]아직 손가락이 필요합니다.

인쇄

비공개 []

2000-01-15 ㅣ No.397

     나주의 성모님 발현에 대해서 이렇게 신부님께 신앙상담을 받게 되어 기쁩니다. 사실 나주에 관한 이야기를 신부님들께 꺼낸다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어느 정도의 안면을 가진 신부님이 아니고서는 쉽게 꺼낼 이야기는 아니지요. 비록 익명이고 인터넷상에서의 상담이었지만 매우 유연한 자세로 저를 상담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신부님의 말씀대로 쉽게 견해 차이를 좁힐 수 있지는 못하겠지만 신부님께서 애정을 다해 말씀하시고자 하시는 바를 새겨 생활에 임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는 나주의 성모님을 통해 많은 변화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완성된 것은 아닙니다.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 회개와 죄 지움이 반복되는 생활. 뜨겁게 타오르다가도 미지근해 지는 신앙은 무엇인가를 갈망하게 합니다. 저의 무력함과 나약함이 그 원인이겠지만 이런 모자람이 하느님을 찾게 하고 또 하느님께서 나를 사랑하시는 이유이니 밉지만은 않습니다.

     

      무력함과 나약함 때문인지 신앙인은 본당공동체 말고도 또 다른 것을 원하는가 봅니다. 본당에서, 본당신부님에게서 만족을 얻지 못해서라기 보다는 인간으로서 결코 채울 수 없는 하느님께 대한 갈망 때문이겠지요. 때문에 단체생활도 시작하는 것이고, 피정도 가고 성지순례도 가고 교육도 받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다가 자신이 원하는 어떤 것을 찾게 되었을 때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반복을 거듭하면서 처음의 그 뜨거움을 찾아 투신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자신을 성장시키고, 지켜주는 이상 사람은 그것을 놓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되기를 바라겠지요.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절대적인 믿음, 이것만이 모든 것이라는 아집이라는 신부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지나쳐서는 안되겠지만 어느 정도는 특별한 애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꾸르실료, M.E, 성령운동, 성서모임이라는 단체나 운동들은 그런 애정을 가진 이들에 의해 발전되고 사회적 적응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었겠지요.

     

      때문에 나주의 진실성을 믿는 이들에게 제일 고민되는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교도권에 순명하면서 나주의 성모님 발현에 투신하는 삶. 미지근하지 않으면서도 지나치지 않은 삶이 필요하지만 그 정도(正道)라는 것을 가늠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이러한 고민을 지혜롭게 해결해 나갈 때 열매다운 열매가 열리고 그 열매를 통해 교도권의 새로운 시각을 기대해 볼 수 있겠죠.

     

       더욱 고민이 되는 것은 앞서 말씀드렸지만 제가 은총을 한없이 받았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약하고 무력한 존재라는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계속적인 영성의 제공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나주의 성모님 발현은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의 생활공간에서는 그 메시지나 실천에 대해, 그리고 나주의 성모님의 영성을 제공받을 수가 없습니다. 더군다나 교회는 사적계시나 성모님 발현에 대해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평신도가 발현에 관한 성모영성을 배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때문에 저는 지속적은 아니더라도 간혈적이나마 나주를 순례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또한 외면 받으신 성모님께 대한 자녀로서의 보잘 것 없는 효(孝)의 표현이라고나 할까요.

     

      이러한 저의 행동이 신부님의 말씀대로 애착일 수 있으며 손가락만을 바라보는 어리석은 행동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만약 달에 이르렀다면 굳이 손가락을 볼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 저는 달에 완전히 이르지 못했기 때문에 계속적으로 손가락이 필요한 것입니다. 예수님께 가는 길을 가르쳐 주는 그 손가락을 따라 가려합니다만 예수님께 가는 길은 아직 멀었기에 그 손가락이 계속해서 필요하여 찾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손가락이 맞다는 개인적 신념이 있기에 사람들에게 저 손가락을 보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연연해하는 제 스스로도 안쓰럽기는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아직 예수님께 가는 길은 멀지만 저는 나약한 것을 말입니다. 이런 인간이 있기에 성모님의 전구가 구원을 위해 필요한 것이겠지요.

     

      신부님의 말씀에 대해 변명을 늘어놓았습니다. 겸손하지 못한 저의 행동을 용서하시길 바랍니다. 이런 저런 말씀을 드렸기 하지만 "기도와 성사와 성서의 중요함과 하느님 아버지를 믿고 그리스도를 따르며 성령 안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는 말씀을 잊지 않겠습니다. 그것이 신부님께서 저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것일 테니까요. 그리고 성모님께서도 그런 삶을 원하실 테니까요. 신부님 영육 간에 건강하시고요 계속하여 좋은 사제의 삶을 사시도록 기도 드리겠습니다. 다시 한번 친절한 상담에 감사드립니다.



435 0댓글쓰기

신고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