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일 (토)
(홍) 성 유스티노 순교자 기념일 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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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제는 성체까지도 멀어지게 하는 소수자로서의 신앙적 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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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218.234.214.*]

2014-02-17 ㅣ No.10501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저는 독신 남성입니다. 이제 벌써 마흔이군요.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으며, 결혼을 할 수 없는 선천성을 갖고 태어난 것이 제가 다른 교우들과 가장 다른 점일 것 같네요. 결혼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하느님의 창조섭리와 그 분께서 현세에서 이루시는 모든 신비의 첫 단추인 가정. 그 가정을 이룰 수 없는 저는 이 또한 감사함으로서 받아들이고, 나만이 봉헌할 수 있는 제가 가진 '은총'으로 생각하고는 했습니다. 독신의 몸으로도 최대한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려했고, 더더욱 공동체 생활과도 멀어지지 않고 독신의 상태에서도 할 수 있는 여러가지 활동을 열심히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날이 갈 수록 독버섯처럼 선명해지는 '현실'과 그에 따르는 회의감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레지오도 이제는 그만둘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 말할 수 없는 혼자만의 비밀을 언젠가는 캐내고야 말겠다는 듯한 단원들의 태도, 마치 소수자 혹은 부랑자로 바라보는 저 따가운 눈빛. 직장에서도 나이상 중간 직급에 위치한 제 나이상 이제 5년, 10년 있으면 임원급으로도 승진을 할 수도 있겠지만. 독신자가 남한 사회의 직장문화에서 그런 일을 꿈꾸기는 쉽지는 않다고 봅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그들의 '사회'와 분리될 날이 임박해 올 것을 항상 생각하고 있으나, 이러한 직장에서의 위기의식보다는 오히려 교회에서의 그런 따가운 눈빛들이 더더욱 견디기가 힘듭니다. 악으로 가득한 현세에서 가장 마지막 피난처라고 할 수 있는 '교회'에서조차 세상논리로부터 자유롭지 않음을 생각할 때, 나는 어디로 내몰려야 하는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하느님이 주신 자신들의 자식들에 대한 사랑, 세상 어딜 가도 이 정도의 '딸바보', '아들바보'들을 볼 수 없다고 할 정도로 지극한 한국(조선)인들의 가족주의 전통에서 오는 끝없는 자식 사랑, 그 공통점들을 공유한 그들 속에서 철저한 장애자로 취급을 받아야 하는 쓰라림은 신앙으로도 극복되지 않는 일종의 '벽'이었습니다. 


잘못된 (허용되지 않은) 울타리를 넘어간 제가 결국은 잘못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소위 한국사회의 '정상인'들의 잔칫집에 너무 생각없이 끼어든 결과가 이런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회개와 보속, 세상과의 단절과 순결만이 제게 주어진 '현세'에서의 '길'임을 매일매일 각성해야 될 일이었는데, 너무 세상에 속하고 싶어 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일반 (정상) 교우들과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하며, 봉사하고 같은 신앙생활을 나눌수 있을 것이라 홀로 착각한 것도 같았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교회공동체 또한 세속에 속해 있음을 간과하고 너무 순진하게 접근을 한 것이겠죠.  


이제는 가정이 있는 한국 정상 성인들의 '교중 미사'에는 나갈 수가 없어, 몰래 청년미사를 다니고 있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제는 제 마음 속에서 영성체도 멀어지고 있습니다. 보편교회의 '구성원'이 될 수 없는 운명일지도 모르겠다는 좋지 않은 마음이 더욱 선명해지고, 어쩌면 그 분의 손길까지도 거절하고 있는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회사 일 때문에 유럽이나 남미를 자주 출장다니는 편인데, 극단적인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남미에서 경험할 수 있었던 것처럼 교회의 공동체 활동들이 빈약하여 신자들이 철저히 개인 대 개인으로 미사때만 만나는, 그리하여 서로의 개인적 송사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고 또한 관심도 없으며 따라서 필요 이상으로 상대에 대한 판단과 차별을 할 일 자체가 원천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그런 풍토의 나라가 더 편하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공동체와 사랑을 강조하셨던 예수님 앞에, 

공동체의 신앙을 강조하셨던 예수님 앞에, 


저는 점점 멀어지기만 하고 있는 것 같아...많이 슬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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