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1일 (토)
(백) 부활 제6주간 토요일 아버지께서는 너희를 사랑하신다. 너희가 나를 사랑하고 또 믿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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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참신앙인 되기가...올리신 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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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0-19 ㅣ No.1020

안녕하세요?

요즘은 좀 어떻게 지내시는가요? 아직도 그 친구분이 성당에 나오고 있지 않다면, 여전히 괴로우시겠군요...

 

자주 찾는 게시판이 아니라서, 마음의 여유가 있는 오늘에서야 형제님--남성이 대표격이 되는 것은 별로 마음에 안들지만, YOU의 성별을 모르니까요. 계속 형제님으로 부르겠습니다.--의 글을 읽었습니다.

 

천상의 성인들과 연결되어 있는 교회이지만, 현세에서 우리가 만나고 부대끼는 교회사람들은 가끔씩 우리들을 절망시키기도 합니다. 저 역시 비슷한 감정을 느낀 때가 있습니다. 다행히 그 친구가 냉담을 하지도 않았고, 제가 냉담을 하지도 않았습니다만, 서로 괴롭기는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우리가 서로를 판단할 수 있는지, 그 판단이 과연 옳은 것인지...

우리는 자주 잊지만, 하느님 앞에서 영원한 "죄인"입니다. 그런데 이 사실을 자신에게 대입시켜 보기보다는 상대에게 투영하기 때문에 문제가 더 커지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 말이 형제님에게, "당신이 죄인이니 더 깊이 회개하고 고해성사를 청하시오!"따위의 섣부른 권고로 들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형제님과 다툼이 있었던 그 친구분이 다른 사람에 대해 쉽게 판단을 내리고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이기를 공공연하게 주장했었다면, 그 분의 잘못은 분명하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형제님에게는 전혀, 눈꼽만큼의 잘못도 없었다고 말씀드리는 것도 아닙니다. 성서에서 보면, 우리 가운데 잘못한 사람에게, 그 잘못을 일러 주라고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혼자 가서 듣지 않으면, 둘이나 셋이 찾아가서 말하고, 그래도 듣지 않으면, 교회의 어른들 앞에서 권고하고, 그래도 듣지 않을 때에는--이 다음이 갑자기 기억이 안나는군요. 어쩌나...*^.^* 부족한 주제에 말씀을 드리려 하다니, 큰 벌을 받겠군요.

 

아무튼,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나 혼자만이 느끼는 것이 아니라, 여러사람들이 누군가의 잘못을 발견했다면, 그에게 충고하는 것은 결코 잘못이 아니며, 양심의 가책을 느낄 일은 더더욱 아니라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을 통해, ’손이 죄짓게 하거든 손을 잘라 버리라 하셨고, 눈이 죄짓게 하거든 눈을 뽑아 버리라’ 하셨습니다. 그리고 ’다른 형제가 죄 짓게 하는 자는 목에 연자맷돌을 매고 바다에 던져지는 것과 같은 벌을 받으리라’ 하셨습니다.

 

그러나 다른 형제의 잘못을 일러주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요. 형제님께서 어떤 방법을 쓰셨는지 형제님이 잘 아시겠지요? 그 방법에 문제가 있었다면, 그 부분에서 범죄하는 계기가 마련되었을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다른 형제의 잘못을 염려하고, 교회를 염려하는 마음은 절대 잘못이 아닙니다!!!

 

또 한가지, 겉으로 드러난 행동으로 다른 사람의 믿음의 정도를 판단하는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아무리 교회 활동을 열심히 할지라도, 그 사람이 하느님을 "만나고 함께 머무르고 있는지"는 하느님만이 아십니다. 형제님의 친구분이 아무리 교회활동을 열심히 했더라도, 그 것이 형제님의 믿음--혹은 ’완덕에 이르는 정도’--가 형제님의 친구분보다 더 낮거나 보잘것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쉽게 서로를 비교합니다. 교회 안에서는, "더욱 주님께 가까이 가기 위해, 주님을 만나고 주님을 알기 위해" 경쟁합니다. 그러한 경쟁이 서로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묘한 ’유혹거리’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는 것은 "하느님을 찬미하고 나의 다른사람의 영혼의 구원을 위함이 아닙니까? 그런데 한계가 많은 우리는 그 목적을 이루려 노력하다가 의도하지 않게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교회 밖의 사람들에게는 "교회 다니는 인간들도 다 그렇고 그렇구만!"이라는 조소를 사게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죄인임을 고백하는 그리스도인이라면, 그런 비판에 흔들리기보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믿는다는 나도 이것밖에 안되는구나" 하고 잔인하게 자신을 단죄하기보다--형제님도 하느님께서 손수 창조하신 소중한 존재입니다. 자신을 아낄줄 아는 사람이 다른 사람도 아낄줄 안다는것을 잊지 마십시오--, "주님, 제가 이렇게 부족합니다." 이런 솔직한 고백만이 진정으로 형제님께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냉담중인 형제님의 친구분을 위해 물론 기도하고 계시겠지요?

그분이 선택한 길은 유다의 선택과 같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새벽닭이 울기 전에 세번이나 부인했지만, 가슴을 치고 통곡하며 회개했던 베드로에게 지상 교회를 맡기셨습니다. 하지만, 회개할 줄 몰랐던 유다는 목을 매어 자살했습니다.

 

우리가 죄를 짓는 것은 하느님께로부터 멀어지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가로등에 비유한다면, 우리가 죄를 지을때마다, 우리의 그림자가 길어진답니다.

그래도 우리가 가로등을--하느님을 바라보고 있다면, 우리는 다시 용기를 내어

주님께 나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의 용기와 성령님의 이끄심도 필요하겠지요.

하지만, 우리가 가로등을--하느님을 등져 버리면, 우리는 길어진 우리의 그림자만 보느라

영원한 자비이신 하느님을 잊고, 그 어둠속으로 빨려들어가게 됩니다.

유다가 바로 그러했던 것이지요.

 

형제님, 형제님의 친구분이 그러한 어둠을 선택한 것은 정말 커다란 죄입니다.

그러나 그의 그러한 선택에, 형제님의 잘못이 크다고 쉽게 판단하지 마십시오.

형제님의 친구분 역시 성령으로 세례를 받은 분이며, 성령님이 함께 하시는 분입니다.  

그분의 ’자유의지’로 선택한 길입니다.

다른 무엇보다,

’절대희망’이신 하느님을 등지는 행동에는, 그 무엇의 변명도 통하지 않습니다!!!

 

형제님께 도움이 되었다면 참 좋겠는데...

형제님을 위해, 그리고 하느님을 잠시 떠나있는 그분을 위해--참! 갑자기 떠오른 생각인데 말입니다. 그 친구분이 다른 본당에서 미사 참석을 하고 계신 것은 아닐까요?--묵주기도 15단 바치겠습니다. 저의 말보다 우리 엄마 성모님의 기도가 예수님께는 더 크게 들리실 테니까요...

 

요즘 날씨가 이렇다보니, 감기 조심하세요. 또, "영혼의 감기"도 조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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