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 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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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583 조재형 [umbrella] 스크랩 2025-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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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는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를 기리는 축일 미사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복음은 마리아 막달레나가 부활하신 예수님을 가장 먼저 목격하고, 제자들에게 “제가 주님을 뵈었습니다.”라고 증언하는 장면을 전해 줍니다. 부활의 첫 목격자요, 부활의 사도인 마리아 막달레나는, 눈물의 자리에서 부활의 희망을 안고 다시 일어선 증인이었습니다. 그녀의 모습에서 저는 지난 6월 20일에 하느님의 품으로 떠나 동창 신부님을 생각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건강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들었습니다. 올 초에 체중이 줄어서 병원에 가보니 치료의 기회를 놓쳤다고 합니다. 사랑하는 동창 신부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담담하게 받아들였습니다. 늘 신중하고 과묵했던 성격 그대로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잘 마치고 하느님 품으로 훌쩍 떠났습니다.
동창 신부는 제주도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시간이 허락되면 제주도로 훌쩍 떠나곤 했습니다. 신학생을 사랑했던 동창 신부는 영성 지도 사제로 신학교에서 지냈습니다. 다들 힘들어하는 일을 묵묵히 해 냈습니다. 8일 피정과 30일 피정을 위한 ‘영신수련’ 자료를 만들었습니다. 저는 동창 신부의 자료를 바탕으로 북미주 파견 수도자 피정을 할 수 있었습니다. 동창 신부는 신학생이 읽어야 할 영적 도서를 선별하였습니다. 그렇게 선별하기 위해서는 먼저 읽어 보아야 합니다. 동창 신부는 힘든 내색 한번 없이 신학생이 읽어야 할 영적 독서 목록을 만들었습니다. 남들이 가기 힘들어하는 길을 묵묵히 걸었습니다. 상설 고해 사제를 자원해서 교우들에게 영적인 위로를 해주었습니다. 수녀원 상주 사제를 자원해서 매일 새벽 수녀님들을 위해서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10월 한국에서 만나고 싶었는데 동창 신부는 이제 다시 만나기에는 너무 먼 곳으로 훌쩍 떠났습니다. 하느님을 사랑했고, 자연을 사랑했고, 교우들을 사랑했고, 동창들을 사랑했던 동창 신부가 하느님 품에서 영원한 안식 누리기를 기도합니다.
예전 인터넷에서 읽은 글이 떠오릅니다. “정시 모집으로 가신 분이 있습니다./ 수시 모집으로 가신 분이 있습니다./ 특채로 가신 분이 있습니다./ 모집 시기는 아무도 모릅니다./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내는 것이/ 가장 좋은 이력서입니다.” 사랑하는 동창 신부는 바로 그 ‘하루를 잘 살아낸 사람’이었습니다. 동창 신부의 삶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마리아 막달레나의 삶처럼 변화된 여정이었습니다. 고통과 눈물, 외로움과 침묵 속에서 동창 신부는 “제가 주님을 뵈었습니다.” 하고 증언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말이 아닌 삶으로, 표정이 아닌 실천으로, 동창 신부는 부활의 희망을 전해 주었습니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인간은 죽음을 향해 가는 존재’라고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인간은 모두 자기의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존재입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은 ‘죽음을 넘어서는 희망을 지닌 존재’입니다. 그 희망의 근거가 바로 오늘 우리가 기리는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의 고백입니다. “제가 주님을 뵈었습니다.” 죽음을 앞둔 동창 신부는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그 담담함은 곧 신앙인의 용기이며, 부활에 대한 확신이었습니다. 우리는 언젠가 반드시 하느님 앞에 서게 됩니다. 그때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오늘 하루를 진실하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준비할 수 있는 최고의 이력서일 것입니다.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는 사랑으로 예수님의 무덤을 찾았고, 그 사랑은 부활의 증인이 되는 영광으로 이어졌습니다. 사랑하는 동창 신부 역시 그리스도와 교회를 사랑하며 살았고, 마침내 하느님의 나라에서 새로운 생명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는 주님 앞에 내밀 수 있는 이력서를 준비하며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누군가는 정시로, 누군가는 수시로, 누군가는 특채로 불릴 그날까지.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처럼, 그리고 사랑하는 동창 신부처럼, 주님을 사랑하며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그는 새로운 피조물입니다. 옛것은 지나갔습니다. 보십시오, 새것이 되었습니다.” 이동훈 시몬 사제와 죽은 모든 이들의 영혼이 하느님의 품에서 영원한 안식을 얻게 해주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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