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중 제13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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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605 조재형 [umbrella] 스크랩 2025-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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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주임 신부님의 축일을 축하하면서 신부님과 저의 세례명을 성서적으로 생각해 보았습니다. 신부님의 세례명은 ‘세례자 요한’, 저의 세례명은 ‘가브리엘’입니다. 흥미롭게도 이 두 이름은 성경에서 긴밀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하느님의 천사 가브리엘이 늙은 즈카리야에게 나타나, 아내 엘리사벳이 아이를 잉태할 것임을 예고합니다. 그 아이가 바로 세례자 요한입니다. 천사의 말씀이 없었다면 잉태도 없었고, 이름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보면 부주임 신부님과 저의 관계는 성서적으로도, 사목적으로도 참 특별하고 감사한 인연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말씀하셨습니다. 길가에 떨어진 씨는 새들이 와서 먹어버렸다고 하셨습니다. 도박에 쓰는 돈은 어쩌면 길가에 떨어진 씨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돌밭에 떨어진 씨는 싹은 트지만 해가 나면 말라버린다고 하셨습니다. 위험 부담이 큰 투기가 돌밭에 떨어진 씨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시덤불에 떨어진 씨는 가시덤불이 자라면서 숨을 막아버렸다고 하셨습니다. 돈 때문에 친한 친구가 갈라지기도 하고, 돈 때문에 형제간이 다투기도 하는 경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차라리 돈이 없었으면 다툴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좋은 땅에 떨어진 씨는 열매를 맺는데 백 배, 예순 배, 서른 배가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서 사용되는 돈이 좋은 땅에 떨어진 씨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돈은 열매를 맺어서 하늘에 쌓는 보화가 될 것입니다.
신앙 안에서 생각합니다. 좋은 씨앗은 비록 땅이 거친 황무지라도 꽃을 피우는 것을 봅니다. 나쁜 씨앗은 좋은 땅에 떨어졌어도 싹이 트지 않는 것도 봅니다.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께서도 거친 땅으로 오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말구유에서 태어나셨습니다. 광야에서 40일간 단식하며 기도하셨습니다. 하늘의 새들도 보금자리가 있는데 사람의 아들은 머리 둘 곳도 없다고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좋은 땅으로만 가서 선교하라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땅끝까지 복음의 씨앗을 뿌리라고 하셨습니다. 교회의 역사를 보면 대부분은 거친 땅에 복음의 씨앗이 뿌려졌습니다. 제자들에게도 자기의 십자가를 지고 가라고 하셨습니다. 전대에 돈을 지니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겉옷도 가지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지팡이만 가지고 가라고 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무엇을 먹을지, 무엇을 입을지, 무엇을 마실지 알려 주신다고 하셨습니다. 무슨 말을 할지도 알려 주신다고 하셨습니다.
세상은 좋은 땅을 찾습니다. 그런 곳을 블루오션(Blue Ocean)이라고 합니다. 좋은 땅에서 생산성을 높이고, 좋은 땅에서 많은 이익을 창출하는 것을 축복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신앙은 척박한 땅이라도 그곳을 옥토로 만들어야 합니다. 시련과 박해와 죽음이 있을지라도 포기하지 않고 결실을 보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러한 모습을 예수님에게서 보았습니다. 성인들에게서 보았습니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좋은 땅이라면 감사하면서 좋은 열매를 맺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이 가시밭길이라면 그곳을 옥토로 만들도록 용기를 청하면 좋겠습니다. 좋은 땅은 선택이지만 열매를 맺는 것은 우리의 사명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말씀하십니다. 같은 씨앗인데도 어디에 떨어지느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집니다. 길가에 떨어진 씨는 새들의 먹이가 되고, 돌밭에 떨어진 씨는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시들어버리며, 가시덤불에 떨어진 씨는 숨이 막혀 자라지 못합니다. 그러나 좋은 땅에 떨어진 씨는 백 배, 예순 배, 서른 배의 결실을 본다고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말구유에서 태어나셨고, 광야에서 단식하셨으며, 머리 둘 곳 없이 사셨습니다. 복음은 ‘좋은 환경’에서만 피어나지 않습니다. 때로는 박해받는 땅, 눈물의 땅, 침묵의 땅에서 더욱 진하게 피어납니다. 제가 좋아하는 말이 있습니다. “좋은 씨앗은 거친 땅이라도 꽃을 피운다. 그러나 나쁜 씨앗은 아무리 좋은 땅이어도 열매를 맺지 못한다.” 우리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어진 환경보다 중요한 것은 내 안의 씨앗이 무엇이냐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말씀, 희망, 사랑, 용기라는 씨앗이 내 안에 있을 때, 나는 가시밭도 옥토로 만들 수 있습니다. 시편은 이렇게 노래합니다. “하느님께서 하늘의 문을 여시고, 만나를 비처럼 내리셨다.” 광야에서조차 하늘에서 내리는 양식이 있었습니다. 세상의 논리는 생산성과 이익을 따지지만, 하느님의 논리는 믿음과 충실함을 따집니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지금 어디에 있든, 그곳을 좋은 땅으로 만들어라. 그것이 너희의 사명이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좋은 땅이라면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그 땅에서 열매 맺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 내가 있는 곳이 가시덤불이요 돌밭이라면, 그것을 옥토로 만들 수 있는 신앙의 용기를 청해야 합니다. 좋은 땅은 선택이지만, 열매 맺는 삶은 우리의 책임이자 사명입니다. 우리가 뿌리는 사랑의 씨앗, 나눔의 씨앗, 용서의 씨앗이 언젠가 누군가의 삶에서 백 배의 열매로 맺히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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