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GOOD NEWS 게시판

검색
메뉴

검색

검색 닫기

검색

오늘의미사 (녹) 2025년 8월 30일 (토)연중 제21주간 토요일네가 작은 일에 성실하였으니 와서 네 주인과 함께 기쁨을 나누어라.

가톨릭마당

sub_menu

연중 제18주간 목요일

183965 조재형 [umbrella] 스크랩 2025-08-06

구역장 회의가 있었습니다. 복음 나누기를 마친 후에 건의 사항이 있었습니다. 구역장들은 제게 지침을 내려 달라고 했습니다. 전입 교우들이 왔을 때 주소지에 따라서 구역을 정해 주도록 지침을 달라는 의견이었습니다. 현실은 몇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전에 같은 구역에 있었지만, 다른 구역으로 이사 간 분들은 예전의 구역으로 모임을 나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정이 들었고, 구역이 고령화돼서 다른 구역으로 가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새로 전입해 온 교우 중에는 주소와는 상관없이 학군이 좋고, 같은 세대가 많은 구역으로 가고 싶어 하는 분도 있습니다. 그런 분에게 주소지가 있는 구역으로 나오라고 하면 아예 성당을 안 나온다고 합니다. 구역장 중에도 다른 구역에 살면서 지금의 구역장을 맡고 있는 분도 있었습니다. 명분을 따르려니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고, 현실을 따르려니 질서가 흔들리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미사 참례의 복장에 대한 지침도 내려 달라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미국 성당과 한국 성당은 문화가 다르기에 한국적인 문화를 고집하기 어려운 면도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가 예루살렘을 찾아가서 베드로와 초대교회 원로들에게 지침을 달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그때 내린 지침은 이렇습니다. “성령과 우리는 다음의 필수적인 것들 외에는 아무 짐도 여러분에게 지우지 않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우상에게 바친 제물과 피와 목 졸라 죽인 동물의 고기와 불륜을 멀리하십시오. 여러분이 이런 것들을 삼가면 잘하는 것입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바리사이파와 율법 학자도 예수님께 지침을 알려달라고 하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영원한 생명을 얻는지 물었고, 황제에게 세금을 바쳐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죄를 지은 여인에게 돌을 던져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드리고,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주어라.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서 있는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다.” 솔로몬처럼 현명한 지침을 내리기 전에 구역장들이 자율적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지침을 내리지 않아도 자율적으로 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성당의 전구가 나가서 교체해야 했습니다. 층고가 높고 위험해서 전문가에게 맡겨야 했습니다. 견적을 받았는데 생각보다 가격이 높았습니다. 사목회와 관리분과는 봉사들과 자체적으로 전구를 교체하기로 했습니다. 시간이 걸리고, 조금 위험하지만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3단짜리 작업용 발판을 구매했습니다. 전구의 덮개를 열고 꺼진 엘이디 등을 빼냈습니다. 새로 산 엘이디 등을 끼워 놓은 후에 덮개를 닫았습니다. 그렇게 하면 비용이 절약된다고 하였습니다. 격주로 전구 교체 작업을 하였고, 자매님들은 점심 봉사를 하였습니다. 전기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없는 저는 함께 하면서 응원했습니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 어려운 작업을 기꺼이 해 준 봉사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교체한 등에서 밝은 빛이 나올 때마다 모두 기뻐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너희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라.”라고 하셨습니다. 세상의 빛이 되었던 형제님들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지침과 자율은 단순히 본당 운영의 문제가 아니라, 질서와 자유, 규범과 자율이라는 오래된 인간 사회의 긴장을 닮았습니다. 아테네의 철학자 플라톤은 이상적인 국가를 세우기 위해 철인(哲人)이 법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자율성과 덕성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우리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너무 많은 지침은 자유를 억압하고, 너무 많은 자유는 공동체를 해칠 수 있습니다. 빛을 드러내기 위해선 반드시 거룩함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모세와 아론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나를 믿지 않아 내 거룩함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래서 너희는 약속의 땅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거룩함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믿음과 신뢰, 정직함과 기꺼이 헌신하는 마음, 그 안에 하느님의 거룩함이 드러납니다. 예수님 앞에서 베드로는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라고 고백했지만, 조금 뒤에 예수님을 말리며 주님, 그런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됩니다!”라고 말합니다. 예수님은 단호하게 말씀하십니다.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왜냐하면 베드로는 그 순간, 하느님의 뜻이 아닌 사람의 생각만을 따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침은 필요하지만, 지침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동체를 위한 신뢰와 자율, 그리고 하느님의 거룩함을 드러내는 삶의 태도입니다. 우리는 모두 세상의 빛입니다. 오늘 하루, 누군가에게 작은 등불이 되어 주시길 바랍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5 222 4

추천  5 반대  0

TAG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로그인후 등록 가능합니다.

0 / 500

이미지첨부 등록

더보기
리스트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