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콜베 사제 순교자 기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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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108 조재형 [umbrella] 스크랩 2025-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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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톤 7반 반 모임엘 다녀왔습니다. 지난번처럼 이번에도 복음 나누기는 성경을 필사해서 왔습니다. 이번에는 마태오 복음 5장의 말씀을 필사했습니다. 이번 반 모임에는 본당의 최 고령자이신 97세의 요셉 어르신도 함께하였습니다. 시카고와 새크라멘토에서 전입온 부부도 함께해서 11명이 반 모임을 가졌습니다. 그날 복음 나누기에서 마음에 와닿았던 내용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한 자매님은 “달라는 사람에게는 주고, 꾸려는 사람을 내치지 말라.”라는 말을 묵상했습니다. 자매님은 현실 세상에서 그렇게 하는 것이 참 힘들었다고 합니다. 사업을 하면서 달라는 사람도, 꾸려는 사람도 많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달라는 사람에게 주고, 꾸려는 사람에게 꾸어 주다가 어려움도 많이 겪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했어도 아이들 잘 자라주었고, 부부가 노년에 큰 어려움 없이 살고 있어서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저도 마음이 모질지 못한 편이어서 웬만하면 거절 못 하는 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제 마음을 아시는지 정말 힘든 것들은 하느님의 방법으로 저를 도와주셨던 경험이 있습니다.
한 자매님은 “네가 제단에 예물을 바치려고 하다가, 거기에서 형제가 너에게 원망을 품고 있는 것이 생각나거든, 예물을 거기 제단 앞에 놓아두고 물러가 먼저 그 형제와 화해하여라. 그런 다음에 돌아와서 예물을 바쳐라.”라는 말씀을 묵상했습니다. 둘째 딸 결혼식이 있었고, 가족들이 모였다고 합니다. 동생과는 성격이 잘 맞지 않았는데 이번에도 동생의 말을 참지 못했고, 결국 크게 다투고 헤어졌다고 합니다. 언니가 돼서 동생의 이야기를 잘 참지 못했던 것이 미안했다고 합니다. 성경 필사하면서 동생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났다고 합니다. 저는 “행복하여라.”라는 말씀을 묵상했습니다. 행복은 하고 싶은 일을 좋아해서는 얻기 힘들고, 해야 할 일을 좋아하면 행복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마태오 복음 5장의 말씀은 대부분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해야 할 일들이었습니다. ‘참된 행복, 용서, 나눔, 계명, 빛과 소금’과 같은 예수님의 말씀은 현실의 세계에서는 감당하기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그런 일을 좋아하고 기쁘게 한다면 행복할 거로 생각했습니다.
이번 반 모임에 함께 하면서 예전에 읽었던 글이 생각났습니다. 주교님이 신부님과 섬으로 사목 방문하였습니다. 주교님이 보니, 섬의 교우들은 교리를 잘 몰랐습니다. 기도문도 잘 못 외웠습니다. 주교님은 속으로 교우들을 무시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교리를 가르쳤고, 기도문을 알려 주었습니다. 주교님은 돌아가는 배에서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공소회장이 바다 위를 뛰어서 오는 것이었습니다. 공소회장은 배에 올라 주교님께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주교님이 알려 주신 기도문 중에 하나를 잊었습니다. 다시 한번만 알려 주십시오.” 주교님은 교우들을 무시했던 마음이 부끄러웠습니다. 주교님은 배 위에서 무릎을 꿇고 공소회장에게 강복을 청했습니다. 교리와 기도문은 몰랐을지라도 하느님께 대한 열정과 신심이 주교님보다 더 뜨거웠기 때문입니다. 그날 반 모임을 함께 하면서 저도 부끄러웠습니다. 성서를 배우고, 교리를 가르쳤고, 기도문을 잘 안다고 했지만, 말씀이 제 안에 살아 움직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성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콜베 신부님의 기념일입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한 명이 탈출하자 열 명이 무작위로 처형 대상이 되었고, 그중 한 사람이 “나는 가족이 있습니다!” 하고 울부짖었을 때, 콜베 신부님은 조용히 손을 들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그 사람을 대신하겠습니다.” 그렇게 신부님은 지하 감방에 갇혀 다른 아홉 명과 함께 아사 형을 받았고, 1941년 그곳에서 주님 품으로 갔습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는 그분을 ‘자비의 순교자’라고 불러 성인의 반열에 올렸습니다. 그분의 삶은 반 모임에서 묵상한 마태오 복음의 말씀이 그대로 살아 움직이는 삶이었습니다. “달라는 이에게 주고, 꾸려는 이를 내치지 마라.”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원수를 사랑하고, 박해하는 자를 위해 기도하여라.” 우리는 가끔 이렇게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말씀은 알겠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아.” 하지만 현실이 힘들다고 해서 말씀을 뒤로 미루면, 그 말씀은 언제 내 안에서 살아날까요 오히려 힘든 현실 속에서 그 말씀을 품고 살아가는 것이 성인의 길입니다. 콜베 신부님처럼 말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요르단강을 마른 땅으로 건너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계약궤를 멘 사제들이 한복판에 가만히 서 있는 동안, 백성들은 그 위를 건넜습니다. 사제들의 믿음의 걸음 하나가, 수많은 이들의 생명을 살린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너희가 저마다 자기 형제를 마음으로부터 용서하지 않으면, 하늘의 아버지께서도 너희에게 그렇게 하실 것이다.” 용서하지 않는 마음은 하느님의 은총을 막는 벽이 됩니다. 말씀이 살아서 움직이는 삶, 하느님 앞에서 기쁨과 부끄러움이 교차 되는 성찰의 삶, 그리고 끝내는 진정한 행복으로 이어지는 믿음의 여정을 가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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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13일 수요일 / 카톡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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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124
강칠등
2025-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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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묵상 (08.13.수) 한상우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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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123
강칠등
2025-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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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영진 신부님_<우리는 함께 아파하고 함께 슬퍼하는 한 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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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121
최원석
2025-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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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근 신부님_ “네 형제가 너에게 죄를 짓거든~”(마태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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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120
최원석
2025-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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