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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사 (녹) 2025년 9월 10일 (수)연중 제23주간 수요일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 불행하여라, 너희 부유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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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0주간 월요일

184201 조재형 [umbrella] 스크랩 2025-08-17

작년에 마사지 의자를 한 대 마련했습니다. 뉴욕에 있을 때 유용하게 사용했습니다. 피곤할 때 그 의자에 앉아 몸의 긴장을 풀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전원은 잘 들어오는데 리모컨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되는가 싶다가 안 되고, 눌러도 아무 반응이 없었습니다. 저는 전원 문제라 생각하고 그 이야기를 수리 기사에게 했습니다. 하지만 원인은 다른 데 있었습니다. 문제는 겉이 아니라 리모컨의 선즉 보이지 않는 접촉 불량이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저는 깨달았습니다. 우리의 삶도, 신앙도, 때로는 전원이 들어오는지만 확인하듯 겉만 살필 때가 많다는 것입니다. 미사를 드리고, 기도하고, 계명을 지킨다고 말하지만, 정작 내 마음 깊은 곳의 접촉 불량은 외면합니다. 고장 난 곳이 어디인지 정확히 말하지 못하면서, 문제는 늘 밖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순간 저는 신앙생활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미사도 드리고, 기도도 하고, 십계명을 잘 지킨다고 말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전원은 잘 들어오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나 정작 내 마음 깊은 곳, 내면의 리모컨은 고장 난 채일 수 있습니다. 하느님과의 연결이 끊긴 채, 형식적인 신앙을 살고 있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겉은 온전해 보이지만 내면은 단절된, 그런 상태 말입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부자 청년도 그랬습니다. 그는 어릴 적부터 율법을 잘 지켜온 모범생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의 겉모습 넘어, 마음속 진짜 문제를 꿰뚫어 보셨습니다. “네가 가진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고, 나를 따라오너라.” 예수님의 이 말씀은 단순한 재산 포기를 넘어, 청년의 내면에 있는 집착과 두려움을 직면하게 만든 것이었습니다. 겉으로는 다 되어 있는 것 같았지만, 그의 신앙 리모컨은 하느님께 제대로 연결되어 있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슬퍼하며 떠납니다.

 

우리는 종종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접촉 불량의 상태로 살아갑니다. 입으로는 주님을 따르겠습니다.”라고 말하지만, 실제 삶에서는 내려놓지 못하고, 순종하지 못합니다. 기도는 하지만 믿지 않고, 미사는 오지만 변화는 거부합니다. 겉으로는 전원이 켜져 있는 것처럼 보여도, 하느님과 연결된 마음의 리모컨은 고장 난 채일 수 있습니다. 성경 속 이스라엘 백성도 비슷한 경험을 합니다. 나라를 잃고 유배의 삶을 살게 되었을 때, 그들은 외세의 침략 탓을 했습니다. 그러나 예언자들은 말합니다. “문제는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안에 있는 신앙의 불성실 때문입니다.” 참된 회복은 언제나 내면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하느님과의 관계 회복은 겉모습의 개선이나 노력 이전에, 마음 깊은 곳에서의 진실한 회개와 순종에서 시작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따르지 못하는 이유는 종종 외부의 조건들 때문이 아닙니다. 나이, 건강, 가족, 상황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그 이면에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내려놓을 용기, 따를 결단이 부족한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내일 걱정은 내일에 맡기고, 오늘 하루를 감사함으로 살아가라.” 하느님을 따르는 일은 먼 미래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내 마음의 결단에서 시작됩니다. 이제 우리는 물어야 합니다. “지금 내 신앙의 리모컨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하느님과의 연결이 살아 있는가” “혹시 겉모습만 남아 있고, 내면은 이미 단절된 상태는 아닌가오늘 하루, 우리가 점검해야 할 것은 겉이 아니라 속입니다. 하느님과 깊은 만남, 진실한 대화, 내려놓음에서 시작되는 믿음의 삶이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말하지 못한 고통과 두려움을 들으시고, 치유하십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숨기지 않고, 외면하지 않고, 고백하고 맡기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주님, 당신 뜨락에서 지내는 하루가 천일보다 귀하다는 말씀을 기억하며, 오늘도 나의 영혼이 진심으로 당신을 따르기를 원합니다.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주님을 향하는 믿음을 살게 하소서. 두려움이 아니라 감사로 하루를 시작하게 하소서. 슬퍼하며 떠나는 부자 청년이 아니라, 모든 것을 버리고 따르는 제자가 되게 하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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