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 비오 10세 교황 기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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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296 조재형 [umbrella] 스크랩 2025-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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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학교 교사들과 면담이 있었습니다. 주일학교에서 여름 캠프를 진행하면서 약간의 오해가 있었던 일 때문이었습니다. 사목회에서는 학부모 형제님들이 아이들을 위해 바비큐 파티를 준비해 주시겠다고 하셔서, ‘아, 좋은 뜻이다.’라고 생각해서 흔쾌히 허락했습니다. 그런데 그 바비큐 파티가 교사 대표에게 잘 전달되지 않았고, 캠프의 질서와 안전을 걱정하는 교사의 처지에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교사들 대부분은 미국에서 자라난 분들이고, 저와 부주임 신부님은 한국에서 온 사제들이다 보니, 문화 차이에서 오는 오해도 있었습니다. 미국은 질서와 안전을 우선시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고, 한국은 정과 융통성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가 있습니다. 대화를 나누며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고, 결국 모두가 공감하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늘나라는 혼인 잔치에 사람을 초대하는 것과 같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초대받은 사람들은 그 초대를 무시했고, 어떤 이들은 초대장을 전한 이들을 죽이기까지 했습니다. 결국 주인은 거리와 길모퉁이에 있는 아무나 불러서 잔치를 채웁니다. 그런데 이 기쁜 자리에 예복을 입지 않은 사람이 한 명 있었습니다. 주인은 그를 발견하고 물어봅니다. "이 예복을 왜 갖춰 입지 않았느냐"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결국 밖으로 쫓겨납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부름을 받은 이들은 많지만 선택된 이들은 적다.” 이 말씀은 우리에게 중요한 물음을 던집니다. “나는 초대받은 사람인가” “나는 그 초대에 응답했는가” “나는 예복을 갖춰 입었는가” 혼인 잔치는 하느님 나라의 기쁨과 은총의 상징입니다. 그 초대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습니다. 유대인, 이방인, 죄인, 병든 이, 고통받는 이, 거리와 골목에 있는 사람들까지 모두 부르십니다.
그러나 초대에 응답하지 않거나, 예복을 준비하지 않은 사람은 그 자리에 남을 수 없습니다. 여기서 ‘예복’이란 단순한 옷차림이 아니라, 하느님의 은총에 합당한 삶의 자세를 말합니다. 믿음, 회개, 정의, 사랑의 실천이 바로 우리가 갖추어야 할 ‘신앙의 예복’입니다. 신앙생활에서도 그렇습니다. 단지 교적이 있다고 해서, 미사에 나왔다고 해서, 초대에 응답한 것이라고 착각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초대에 걸맞은 내면의 준비와 변화가 있느냐는 것입니다. 예복 없이 잔치에 참여한 사람처럼, 우리는 하느님 나라에 오면서도 신앙의 책임, 공동체의 질서, 타인에 대한 배려 없이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오늘은 성 비오 10세 교황님의 기념일입니다. 교황님께서는 “모든 것을 그리스도 안에서 새롭게 하자”는 좌우명을 가지고, 교회 법률과 전례를 개혁하였고, 어린이들의 영성체를 장려하였습니다. 형식에 머무는 신앙이 아니라, 진심으로 준비된 신앙, 은총에 합당한 삶의 모습을 강조하였던 분입니다. 그리고 오늘 제1독서에는 입타와 그의 딸 이야기가 나옵니다.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입타는 자신의 서원대로 외동딸을 제물로 바쳐야 했습니다. 그의 딸은 아버지의 약속이 하느님께 드려진 것임을 이해하고, 기꺼이 그 운명을 받아들입니다. 이 장면은 단지 비극이 아니라, 하느님 앞에서 약속을 지키려는 신앙의 책임감과 진정성을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신앙은 단지 ‘받는 것’이 아니라 ‘응답하고 책임지는 것’임을 일깨워 줍니다.
하느님께서는 오늘도 우리를 혼인 잔치에 초대하십니다. 그 초대에 기쁘게 응답하되, 예복을 입고, 즉 우리의 마음과 삶을 신앙에 걸맞게 준비하는 신앙인이 되면 좋겠습니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공동체 안에서 더 넓은 대화와 배려를 통해, 함께 하느님 나라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신앙인이 되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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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중 제20주간 목요일, 성 비오 10세 교황 기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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