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중 제20주간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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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364 박영희 [corenelia] 스크랩 2025-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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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0주간 토요일] 마태 23,1-12 “그들의 행실은 따라 하지 마라. 그들은 말만 하고 실행하지는 않는다.“
류시화 시인이 쓴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이라는 에세이를 보면, 성지순례를 가고 싶어하는 한 유다인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는 매번 성지순례를 떠나야겠다는 마음이 들 때마다 이런 생각들을 했지요. ‘성지순례를 가려면 멋진 구두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기타를 가지고 가야 힘든 길을 흥겹게 노래라도 부르며 가지’. 그렇게 매번 성지순례를 떠나려고 할 때마다 여정에 필요한 무언가가 떠올라서 그것을 준비하느라 계획을 나중으로 미루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세계대전이 일어났고, 수많은 유다인들이 독일군에게 붙잡혀 무참히 학살당했지요. 성지순례를 꿈꾸던 그 유다인 역시 수용소로 끌려가게 되었는데 그제서야 뒤늦게 후회하며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이 있다고. 그냥 노래 부르며 갔으면 됐을걸.”
필요한 것을 다 챙기려고 들다가는 목적지를 향해 출발할 수 없습니다. 어찌저찌 출발은 한다고 해도 등에 짊어진 수많은 짐들이 무겁게 나를 짓눌러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지쳐버릴 겁니다. 그러니 목적지에 도착하고 싶다면 필요한 것을 챙기느라 시간과 노력을 허비할 게 아니라, 즉시 목적지를 향해 길을 떠나면 될 일입니다. 그것은 하느님 나라를 향해 가는 여정에서도 마찬가지지요.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 그분과 함께 참된 행복을 누리고 싶다면 지금 여기에서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면 될 일입니다. 내가 그분 뜻을 열심히 실천한다는 걸 남들이 알아주지 않다고 상관없지요. 숨은 일도 보시는 하느님은 다 아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만 내 진심과 노력을 알아주신다면 그 외 부차적인 것들은 필요도, 의미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예수님 시대에 활동하던 유다교 지도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들에게는 하느님이 자기 진심과 노력을 알아주시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이 자기 거룩함과 의로움을 인정해주고 우러러보는 것이 더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하느님 말씀을 적은 성구갑을 굳이 이마와 팔에 묶고 다녔습니다. 자신이 하느님 말씀을 늘 생각하며 사랑한다는 걸 드러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겉옷의 네 귀퉁이에 긴 술을 매달아 질질 끌고 다녔습니다. 자신이 주님께서 하신 명령을 항상 기억하고 지킨다는 걸 과시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그들의 그런 허영과 위선을 지적하고 비판하시지요. 그들이 말만 하고 실행하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성구갑을 몸에 묶고 다니면서 정작 하느님 말씀 안에 담긴 뜻을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옷자락에 긴 술을 달고 다니면서 정작 하느님께서 자신에게 바라시는 뜻을 헤아리거나 실행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겉으로 의롭고 거룩해보이는 자신들의 모습을 ‘기준’으로 삼아 그렇게 살지 못하는 이들을 심판하고 단죄했지요. 솔선수범하여 사람들을 하느님께로 이끌어야 하는 이들이 오히려 나쁜 표양으로 사람들을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었으니 주님께서 그들을 엄하게 꾸짖으시는 건 당연한 겁니다. 우리는 그런 모습으로 살지 말아야겠습니다. 아는 것과 행하는 것 사이를, 신앙과 생활 사이를 실천이라는 다리로 연결해야겠습니다. 주님 말씀을 그저 듣기만 하면서 자신은 구원받을 거라고 스스로를 속이지 말아야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강론 말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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