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중 제22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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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503 조재형 [umbrella] 스크랩 2025-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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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보니 매 주일 미사에 참례하시는 분들이 늘 앉는 자리가 있습니다. 저는 자리에는 3가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의미는 ‘권위와 직책’입니다. 아버지의 자리, 선생님의 자리, 사제의 자리가 있습니다. 권위와 직책은 능력과 업적에 의해서 주어집니다. 권위와 직책은 나이와 재물에 의해서 주어지기도 합니다. 신학교에 입학했을 때입니다. 성당 좌석에도 자리가 정해져 있었습니다. 학년순 그리고 나이순이었습니다. 둘째 의미는 ‘원칙과 질서’입니다. 별들이 정해진 자리를 이동하듯이, 지하철이 노선에 따라서 움직이듯이, 비행기가 항로를 따라서 운행하듯이 이런 자리는 원칙과 질서에 따라서 정해집니다. 셋째 의미는 ‘부와 재물’입니다. 같은 아파트라도 자리에 따라서 값이 다릅니다. 같은 땅이라도 자리에 따라서 가격이 다릅니다. 제가 살았던 서울의 명동은 비싼 땅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도 잔치 자리에 관한 이야기를 하십니다. 하느님 나라는 세상의 기준과는 전혀 다른 원칙과 질서가 작동합니다. 자본주의는 능력과 실적으로 자리를 정하지만, 하느님 나라는 겸손과 봉사로 자리가 정해집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예수님께서 알려주신 원칙과 질서를 따르는 데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첫째는 회개입니다. 진정한 신앙은 자신이 죄인임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다윗은 “저의 죄악을 제가 알고 있사오며, 저의 잘못이 늘 제 앞에 있습니다”라고 고백했고, 베드로는 통곡하며 뉘우쳤습니다. 회개는 하느님과 나 사이의 관계를 다시 시작하는 첫걸음입니다. 회개하지 않는 사람은 철면피처럼 굳어져, 은총의 길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둘째는 용서입니다. 하느님께서 나를 용서하셨기에, 나 또한 다른 이의 잘못을 용서해야 합니다.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용서는 신앙인의 의무입니다. 용서하지 않으면 원망과 분노가 생기고, 그것은 우리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합니다. 그러나 용서는 나를 자유롭게 하며, 죽은 관계를 되살리는 생명의 행위입니다.
셋째는 기도입니다. 기도는 신앙인의 숨결입니다. 한적한 곳에서 기도하신 예수님처럼 우리도 기도 속에서 힘을 얻습니다. 기도는 나를 살피고 하느님께 귀 기울이게 합니다. 기도하는 사람은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불안 속에서도 사랑을 지킵니다. 저도 기도의 힘을 체험한 적이 있습니다. 차를 잠시 세우고 묵주를 꺼내는 순간 제 앞에 큰 트럭이 지나갔습니다. 제가 묵주를 꺼내려 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커다란 사고가 났을 것입니다. 기도는 우리를 보호하는 보이지 않는 방패입니다. 넷째는 자선과 나눔입니다. 신앙의 열매는 나눔과 자선으로 드러납니다. 하느님의 은총을 경험한 사람은 자기 것처럼 보이는 재물도 결국 하느님의 것임을 압니다. 그래서 자신에게 잘해 준 사람만이 아니라, 되갚을 수 없는 이들, 가난한 이들, 병든 이들, 눈먼 이들에게 나눔의 손을 내밉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그들이 너에게 보답할 수 없기에 너는 행복할 것이다.”
다섯째는 겸손입니다. 세상의 잣대는 높이 오르려 하지만, 신앙의 길은 낮아지는 길입니다. 익은 벼는 고개를 숙이고, 가장 귀한 물은 스스로 낮아지며 생명을 살립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들이셨지만 사람이 되셨고, 섬기러 오셨습니다. “첫째가 되려는 사람은 꼴찌가 되어야 한다.” 이 말씀이야말로 신앙인의 겸손한 자세를 말해줍니다. 8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이제 곧 자연은 뜨거운 여름을 이겨낸 결실을 볼 것입니다. 우리 또한 신앙의 결실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험난한 내 삶에 ‘회개, 용서, 기도, 나눔, 겸손’의 거름을 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사랑, 희망, 믿음’의 열매를 맺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주님께서 우리 모두를 잔칫상에 초대하십니다. 우리는 그 초대에 합당하게 응답하고 있습니까 우리가 초대받은 그 자리를 권리로 여기지 말고, 은총으로 받아들이며, 섬기고 봉사하는 자리로 만들어 나가면 좋겠습니다. 그 자리에서 예수님을 만나고, 서로를 형제로 받아들이며, 하느님 나라의 자녀가 되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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