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되신 동정 마리아 탄생 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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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690 조재형 [umbrella] 스크랩 2025-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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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랖이 넓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오지랖은 원래 옷의 앞자락을 뜻하는 말로, 겉옷의 앞자락이 넓으면 안에 있는 옷을 덮어 가리는 것처럼, 남의 일에 참견하는 모습에 비유되어 사용되었습니다. 좋게 말하면 남의 일에 도움을 주는 것이고, 부정적으로 말하면 참견을 많이 한다는 의미입니다.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사람’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좋게 말하면 남의 일에 끼어들지 않는다는 것이고 부정적으로 말하면 냉정하다는 의미입니다. 캐나다에서 살고 있는 어릴 적 친구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딸이 뉴욕으로 가서 일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제가 뉴욕에서 살았으니 딸의 직장 근처에 좋은 집을 알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이왕이면 집주인이 성당 다니는 교우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제가 뉴욕을 떠난 지 2년가량 되었고, 신문사에 있었기에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후임 신부님께 이야기했더니 적합한 곳을 찾아보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오지랖이 넓은 편은 아닌데 남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입니다. 덕분에 강의도 많이 했고, 여행도 가게 되었고, 새로운 사람도 알게 되었습니다.
문득 ‘하느님은 어떠신 분이신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느님은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오는 분은 아닙니다. 어찌 보면 오지랖이 넓으신 분입니다. 특히 사람에 대해서는 엄청 오지랖이 넓으신 분입니다. 성서의 이야기는 하느님의 참견과 간섭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그것을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모세를 통해서 이스라엘 백성을 약속의 땅으로 인도하셨습니다. 판관을 보내서 이스라엘 백성을 외적의 침략에서 구해 주셨습니다. 예언자를 보내서 이스라엘 백성이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해 주셨습니다. 마침내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셔서 기쁜 소식을 알려 주셨습니다. 예수님도 어찌 보면 오지랖이 많으십니다.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이 측은하다고 하시며 오천 명이나 먹이셨습니다. 눈먼 사람의 눈을 뜨게 하셨고, 듣지 못하는 사람은 듣게 하셨습니다. 나병환자는 깨끗하게 하셨고, 중풍 병자는 일어나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셨습니다. “수고하고 힘든 사람은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나의 멍에는 편하고, 나의 짐은 가볍다.” 이 정도면 오지랖의 끝판왕이십니다. 아마 예수님께서 결혼하셨으면 아내에게 잔소리를 들었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성모님의 탄생 축일입니다. 요한복음은 혼인 잔치의 이야기에서 성모님을 이야기합니다. 성모님은 혼인 잔치에 포도주가 떨어진 것을 알았습니다. 성모님은 혼인 잔치의 주인도 아니셨고, 손님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성모님은 아들 예수님께 그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청했습니다. 아들 예수님은 ‘아직 때가 아닙니다.’라고 말하면서도 성모님의 청을 들어주셨습니다. 항아리에 물을 가득 채웠고, 그 물은 맛있는 포도주로 변했습니다. 시인 바이런은 이 장면을 아름다운 시로 표현했습니다. “물이 주인을 만나니 얼굴이 붉어지도다.” 성모님은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서 이렇게 말하셨습니다.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성모님은 예수님의 이 말씀을 가슴 깊이 새겼습니다. 그리고 사도들로부터 이어오는 교회를 위해서 기도하셨습니다. 멕시코의 과달루페에 발현하였고, 프랑스의 루르드에 발현하였고, 포르투갈의 파티마에 발현하였습니다. 성모님은 예수님의 부탁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으며, 교회를 위해서 기도하고 있습니다.
남의 일에 무관심한 것이 현대인의 미덕처럼 여겨지는 시대지만, 마리아처럼, 예수님처럼 ‘사랑의 오지랖’을 품고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 가족, 내 이웃, 나아가 이 시대를 향해 “이들이 포도주가 없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그 눈, 그 마음, 그 용기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우리도 결국 하느님처럼, 성모님처럼, ‘사랑 때문에 참견하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 그 몸에 잉태된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마리아가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고 하여라. 그분께서 당신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실 것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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