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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 묵상] 작은 것들의 혁명 -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기념일

185283 서하 [nansimba] 스크랩 2025-10-04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기념일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선하신 뜻이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 루카 10,21


작은 것들의 혁명


"주님, 주님의 이름 때문에 마귀들까지 저희에게 복종합니다!" 제자들의 목소리에는 흥분이 가득하다. 처음으로 체험한 영적 능력의 황홀함, 무언가를 이루었다는 성취감, 그리고 아마도 자신들이 특별하다는 은밀한 자부심까지. 이것은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기쁨이다. 성과의 기쁨, 성공의 기쁨, 인정받는 기쁨.

 

그러나 예수님은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말씀하신다. "영들이 너희에게 복종하는 것을 기뻐하지 말고, 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을 기뻐하여라." 무엇을 이루었는가가 아니라 내가 누구인가에서 나오는 기쁨. 능력이 아니라 존재만으로도 충만한 기쁨, 성취가 아닌 은총에서 솟아나는 기쁨.

아시시의 작은 가난뱅이 프란치스코 성인은 평생 이 두 기쁨 사이의 차이를 우리에게 가르쳤던 사람이기에 오늘 복음을 묵상하며 성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세상이 위로 올라가라고 말할 때, 복음은 아래로 내려가라고 속삭인다. 프란치스코회 사제이자 현대 신학자인 리차드 로어 신부님은 영적 성장을 아래로의 이동성이라 표현한다. 이것이 바로 예수님이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신다"라고 말씀하신 이유이다.

 

오늘날 우리는 끊임없이 "더 많이, 더 높이, 더 빨리"를 추구하도록 훈련받는다. 자본주의 시스템은 우리를 생산성과 효율성으로 평가하고 심지어 영성마저 성과주의에 물들어, 얼마나 많이 기도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전도했는지, 얼마나 큰 은사를 받았는지로 측정한다. 제자들이 "마귀들까지 복종한다"라며 기뻐하는 모습은 바로 이런 성과주의 영성의 전형이 아닐까.

 

그러나 예수님은 다른 길을 제시하신다. 작아짐, 낮아짐, 단순해짐의 길.

프란치스코 성인이 자신을 "작은 형제"라 부른 것은 단순한 겸손의 표현이 아닌 것 같다. 그것은 선언이었을 것이다. 하느님 나라는 작은 것들에게 속한다는, 마지막이 첫째가 된다는 복음의 역설을 삶으로 선포한 것이 아닐까.

 

나는 지식이 곧 힘이라고 배웠고 더 많이 알수록, 더 많이 배울수록 더 나은 사람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 나에게 "철부지들에게 드러내 보이신다"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충격적이다. 그런데 프란치스코 성인의 모습을 묵상하다 보면 예수님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정규 신학 교육을 받지 않았다. 라틴어를 겨우 읽을 정도였다고 하고, 복잡한 스콜라 철학을 모르는 "무식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성인은 하느님을 알았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하느님께 알려진 사람이었다. 하느님에 대해 많은 것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하느님을 만난 사람이었다.

 

현대 세계는 크고, 빠르고, 많은 것을 찬양한다. 더 큰 교회, 더 많은 신자, 더 강력한 은사, 더 화려한 사목활동. 심지어 마귀들까지 쫓아내는 능력까지.

그러나 예수님과 프란치스코 성인은 다른 것을 가리킨다. 작고, 느리고, 단순한 것. 겨자씨, 누룩, 잃어버린 동전, 한 마리 양. 그리고 작은 형제, 가난한 이, 나병환자.

이것은 단순한 영성적 선호가 아니다. 이것은 신학적 혁명이다. 하느님의 나라는 힘과 권력의 논리가 아니라 사랑과 섬김의 논리로 작동한다는 선언이다. 그리고 우리의 성공주의, 소비주의, 개인주의에 대한 도전이다.

 

프란치스코 성인이 오늘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정말로 더 많은 것이 필요하니? 정말로 더 높이 올라가야 하니? 정말로 더 강력해져야 하니?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로서, 이미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자로서, 이미 그리스도의 형제자매로서 이미 충분하지 않니?

 

그리고 조용히 나를 아래로 이동하라고 초대한다.

내려오라고, 작아지자고, 단순해지라고...

그리고 그 낮고 작고 단순한 자리에서, 하늘이 땅에 닿는 것을 보라고, 무한이 유한 안에 거하는 것을 보라고, 영원이 순간 속에 깃드는 것을 보라고..

이것이 프란치스코의 길이고, 복음의 길이며 오늘 나에게 건네진 초대이다.

 

나도 작은 것들의 혁명에 동참하고 싶다. 아니, 이미 초대받았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나라는 작은 것들에게 속하기 때문이다.

 

"주님, 저를 당신 평화의 도구로 써주소서."

―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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