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중 제28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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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422 조재형 [umbrella] 스크랩 2025-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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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축성을 다녀왔습니다. 지난 8월에 한국에서 오신 가족입니다. 한국에서 어디에 사셨는지 물었더니 평창동에 살았다고 합니다. 제가 세검정 성당에 있었다고 했더니 무척 반가워했습니다. 저는 30년 전에 세검정 성당에 있었고, 집 축성 받은 가족은 제가 떠난 뒤에 세검정 성당으로 왔지만, 같은 성당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반가웠습니다. 따님은 뉴욕에 있었다고 합니다. 저도 뉴욕에서 있었다고 했더니 무척 반가워했습니다. 저는 5년 전에 뉴욕에 있었고, 따님은 제가 뉴욕에 살기 전에 이미 뉴욕을 떠났지만 그래도 반가웠습니다. 같은 공간에 있었다는 공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집 축성을 마쳤는데 어머니가 딸의 집도 축성해 줄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딸에게 물어보니 좋다고 했습니다. 어머니는 제게 딸의 집을 축성해 달라고 말하기가 조심스러웠다고 합니다. 저는 이왕 왔으니 상관없다고 했습니다. 마트에 가면 원 플러스 원 행사도 하는데 좋다고 했습니다. 좋은 것은 자녀에게 더 주고 싶은 어머니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늘 제1 독서에서 우리는 시리아 장군 ‘나아만’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싸움을 잘하는 유명한 장군이었지만 나병에 걸린 환자였습니다. 엘리사를 만난 나아만은 하느님의 자비하심으로 나병이 치유되었습니다. 우리가 나아만을 기억하는 건 그가 치유되었다는 사실이 아닙니다. 그가 감사드렸고, 하느님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나아만은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이 종은 이제부터 주님 말고는 다른 어떤 신에게도 번제물이나 희생 제물을 드리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10명의 나병 환자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10명 모두 깨끗하게 치유해 주셨습니다. 우리가 오늘의 복음을 기억하는 건 치유된 10명 때문이 아닙니다. 치유된 나병 환자 중에 사마리아 사람이 있었고, 오직 사마리아 사람만이 예수님께 돌아와 감사를 드렸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사마리아 사람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일어나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예수님의 권능으로 병이 치유된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영혼이 치유되는 겁니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은 몸과 마음이 치유될 수 있습니다.
이냐시오 성인은 신앙인은 3단계의 과정을 거쳐서 영적인 성장을 이룬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그것을 운전의 3단계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 번째는 준법운전입니다. 교통법규를 잘 지키는 운전입니다. 빨간 불에는 서고, 중앙선을 침범하지 않고, 규정 속도를 지키는 것입니다. 이런 운전만으로도 우리는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주일미사를 잘 지키고, 성경 말씀을 자주 읽고, 교무금 헌금을 기쁜 마음으로 내는 신앙인과 같습니다. 두 번째는 안전운전입니다. 교통법규는 당연히 잘 지키고, 무리한 운전을 하지 않습니다. 장거리 운전을 할 때 중간에 잠시 쉬고, 차량 정비를 자주 하고,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이런 운전을 하면 인생도 파란 신호등처럼 늘 맑고 푸른 날이 될 것입니다. 주일미사는 물론이고 평일미사도 자주 참례하는 분, 본당의 단체에 가입해서 봉사하는 분, 각종 피정과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분, 소공동체 모임에 빠짐없이 참석하는 분입니다. 이런 분들이 있으면 본당도 기쁨과 평화가 넘쳐날 것입니다.
세 번째는 양보운전입니다. 급한 사람이 먼저 갈 수 있도록 양보해 주는 운전, 몸이 아픈 이웃을 병원으로 모셔다드리는 운전, 짐을 들고 가는 어르신을 태워 드리는 운전, 고장 난 차를 보면 내려서 도와주는 운전입니다. 이런 사람에게 운전은 단순히 이동 수단이 아닙니다. 운전이 곧 선교이고, 운전이 곧 사랑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서 십자가를 지고 가신 것처럼 나의 삶에 다가오는 시련과 고통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입니다.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모든 것을 내놓을 수 있는 준비된 사람입니다. 이 세상에 살지만 이미 하느님 나라에 있는 사람입니다. 지금 나의 신앙은 어디에 속하는지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엘리사의 도움으로 나병에서 치유된 시리아 사람 나아만은 이제 몸만 건강해진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예수님의 도움으로 치유된 사마리아 사람도 이제 몸만 건강해진 것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그러한 삶을 ‘복음의 기쁨’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사랑하는 그대여,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십시오. 그분께서는 다윗의 후손으로, 죽은 이들 가운데서 되살아나셨습니다. 이것이 나의 복음입니다. 나는 선택된 이들을 위하여 이 모든 것을 견디어냅니다. 그들도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받은 구원을 영원한 영광과 함께 얻게 하려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분과 함께 죽었으면 그분과 함께 살 것이고, 우리가 견디어내면 그분과 함께 다스릴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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