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GOOD NEWS 게시판

검색
메뉴

검색

검색 닫기

검색

오늘의미사 (녹) 2025년 11월 3일 (월)연중 제31주간 월요일네 친구를 부르지 말고, 가난한 이들과 장애인들을 초대하여라.

가톨릭마당

sub_menu

연중 제28주간 화요일

185477 조재형 [umbrella] 스크랩 2025-10-13

아침 산책길에 제게 큰 위로가 되는 것이 있습니다. 길을 따라 한 시간쯤 걷다 보면 의자가 하나 나옵니다. 그 의자는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 같습니다. 잠시 앉아 물도 마시고, 숨도 고르고, 새 소리도 듣습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구름이 흘러가고, 동쪽에서는 해가 막 떠오릅니다. 그 순간 저는 비로소 제 몸과 마음이 다시 살아나는 것을 느낍니다. 단순한 나무 의자 하나가 제게는 쉼터이자 위로의 공간이 되는 것입니다. 인문학적으로 보자면, 의자는 단순히 앉는 도구가 아니라 인간이 쉼을 배우고, 서로를 만나고, 자기 자신을 성찰하게 하는 자리입니다. 서 있는 것은 긴장이고, 앉는 것은 이완입니다. 그래서 의자는 노동과 노동 사이에 놓인 쉼의 상징입니다. 또한 의자는 관계를 만들어 줍니다.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면서 공동체가 생겨납니다.

 

성경에서도 자리는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예수님께서는 산에 앉으셔서 제자들을 가르치셨고, 부활하신 후에는 하느님 오른편에 앉으셨습니다. 자리는 권위와 사명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봉사의 자리이기도 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나는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복음은 구원을 가져다주는 하느님의 힘입니다.”라고 고백했습니다. 우리가 앉아야 할 자리는 단순히 편안함의 자리가 아니라, 복음 안에서 힘을 얻는 자리입니다. 야고보와 요한은 예수님께 이렇게 부탁했습니다. “주님께서 영광의 자리에 오르시면 왼쪽에는 요한의 자리를, 오른쪽에는 야고보의 자리를 주십시오.” 요한과 야고보에게 의자는 권력과 명예의 자리였습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다른 열 제자 역시 예수님을 따르면서 원했던 것은 권력과 명예의 자리였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자리는 희생과 헌신의 자리였습니다. 겸손과 나눔의 자리였습니다.

 

역사 속에는 지친 이들에게 의자가 되어 주신 분들이 계십니다. 성녀 마더 테레사는 길에 버려진 병든 이들의 곁에 다가가 그들에게 쉼과 위로를 주었습니다. 그녀는 사람들의 의자가 되어 주었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회복시켜 주었습니다. 이태석 신부님은 아프리카 톤즈에서 의사요 교사요 친구가 되셨습니다. 병든 이들을 고쳐주고,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 주며, 외로운 이들을 쉬게 해주신 분입니다. 그분은 톤즈 사람들의 의자가 되어 희망을 선물했습니다. 오웅진 신부님은 꽃동네를 세워서, 버려진 이들이 쉴 수 있는 의자가 되어 주었습니다. 세상에 자리가 없던 이들에게 앉을 자리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이것이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원했던 의자입니다. 이것이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던 자리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요 의자는 우리를 잠시 멈추게 하고, 내면을 돌아보게 하고, 다시 걸어갈 힘을 주는 곳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바리사이들을 꾸짖으십니다. “너희는 잔과 접시의 겉은 깨끗이 하지만 속은 탐욕과 사악으로 가득하다.” 의자에 앉는 것은 겉으로는 단순한 행위지만, 그 순간 우리는 마음을 비우고 속을 정화할 수 있습니다. 진정한 의자는 우리를 성찰로 이끄는 자리입니다. 아침 산책길의 의자가 저에게 쉼과 힘을 주듯, 우리도 누군가에게 의자가 되어 줄 수 있습니다. 가족에게, 이웃에게, 교우에게 잠시 앉아 쉴 자리를 내어줄 수 있습니다. 바로 그때 우리 삶은 복음의 자리가 되고, 믿음의 자리가 됩니다. 바오로 사도의 고백처럼, 의로운 이는 믿음으로 살아갑니다. 우리도 복음 위에 앉아 다시 힘을 얻고, 지친 이들에게 의자가 되어 주는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면 좋겠습니다. “주님, 우리 삶의 쉼터가 되어 주시는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아침 산책길의 작은 의자가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하듯, 우리도 이웃에게 의자가 되어 잠시라도 위로와 힘을 줄 수 있게 하소서.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을 깨끗이 하며, 복음 위에 앉아 다시 일어설 힘을 얻는 믿음의 제자가 되게 하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7 89 4

추천  7 반대  0

TAG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로그인후 등록 가능합니다.

0 / 500

이미지첨부 등록

더보기
리스트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