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 찾게 해주는 당신
-
186580 김중애 [ji5321] 스크랩 2025-11-30
-
나를 찾게 해주는 당신
내 당신께 쉽게 가지 않았습니다.
발소리, 숨소리 죽이며
가시를 이고 갔습니다.
그러나 모든 걸 불사하고
격렬히 달아갔습니다.
인생이 허무 위에 서 있는 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허무가 아름다워지고
살아 숨쉬기 시작하는 걸 보았습니다.
당신은 인간의 존재, 고독, 아픔,
고요, 가난과 거기에서 오는
평화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나는 그 은혜로운 밤으로부터
영원히 그것을 깨우쳤습니다.
세상에서 사철 피고 지는
그런 꽃이 아니었습니다.
나의 꽃은 한번 피기가 어렵고
한번 피면 질 수 없는 꽃이었습니다.
그것이 모두 미망일지라도 말입니다.
이제, 한없이 당신께 날아가던
그리움이 무겁게
내 안으로만 파고들어
더욱 그리워지게 되었습니다.
이 그리움은 당신을 만나도
갈증을 남겨 주리란 것을 압니다.
당신께 첫이슬을 다 받아 드렸습니다.
이제 비를 기다려야 합니다.
한낮의 기갈을 견디게 해 줄 비를
겸손히 인내로이 기다려야 합니다.
어찌해야 될 줄 모르겠습니다.
바람 부는 들녘에 나와 섰습니다.
바람이 부는 대로 온갖
풀꽃들이 흔들립니다.
그러나 바람이 저 들을 흔들었다고
감히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바람 속에서도 저 풀꽃들은
눈부시게 꽃 피우며 가을 들녘을
지키고 서 있으니까요.
이 들녘에서 당신을 생각합니다.
내 안에 깊이 패인 물길은
당신을 싣고 흘러갑니다.
그 물길이 내 눈물일랑가도 모릅니다.
영겁을 건너온 듯싶습니다.
이제야말로 아픔을 건너온 듯싶습니다.
정녕 고통을 건너온 사람이라면
늘 평화의 주인이고, 겸손하고,
서두름 없는 침묵의 사람일 것입니다.
그러할진대 저는 고통을
모르는 사람이었습니다.
이제야 어렴풋이 지극한
아픔에서 오는 고요와
시림과 싸늘한 평화를 누릴 수
있으리라 예감이 듭니다.
이 자리가 은혜롭습니다.
결코 빼앗기고 싶지 않은
내 자리가 될 것 같습니다.
그 은혜로운 밤으로부터
돌려받은 내 자리, 내자리입니다.
이 시립고 아픈 고독, 고요, 허무, 가난,
여기에 평화가 사는 줄 알겠습니다.
이 자리가 사랑할 자리인 줄도 알겠습니다.
감사드려요. 나를 찾게 해주시는 당신.
-옮겨온 글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
- 양승국 신부님_기다림의 참된 의미!
-
186584
최원석
2025-11-30
-
반대 0신고 0
-
- 노아 때처럼 사람의 아들의 재림도 그러할 것이다
-
186582
최원석
2025-11-30
-
반대 1신고 0
-
- [대림 제1주일 가해]
-
186581
박영희
2025-11-30
-
반대 0신고 0
-
- 나를 찾게 해주는 당신
-
186580
김중애
2025-11-30
-
반대 0신고 0
-
- 악습을 끊어 버리는 덕행들
-
186579
김중애
2025-11-30
-
반대 0신고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