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테파노 첫 순교자 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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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032 조재형 [umbrella] 스크랩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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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스에 겨울비가 제법 많이 내렸습니다. 밤사이 천둥과 번개도 심했습니다. 피정 중이던 부주임 신부님이 목요일에 돌아오려 했지만, 악천후로 비행기가 결항하였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다음날 미사는 제가 대신하면 되었지만, 금요일부터 시작되는 학생 피정이 걱정되었습니다. 본당 미사도 있고, 학생들과 함께하기에는 준비가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신부님은 금요일 늦게 오는 비행기를 찾았고, 계획대로 학생 피정을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 일을 겪으며 잠언의 말씀, “계획은 사람이 세우지만 결정은 하느님께서 하신다”라는 구절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일이 잘 풀렸다고 자만할 것도 없고, 잘 풀리지 않는다고 낙심할 것도 없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이런 말도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쉼표를 찍은 곳을 마침표로 만들지 마십시오. 그렇습니다. 삶은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닙니다.
성탄의 기쁨이 이어지는 오늘, 교회의 첫 번째 순교자 스테파노를 기념합니다. 교회가 성탄 바로 다음 날 스테파노를 기억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바로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신 이유를 잊지 말라는 뜻입니다. 예수님의 탄생은 하느님께서 모든 권위와 능력을 내려놓고 사람이 되신 사건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가장 가난한 자리인 마구간에서 태어나셨고, “나는 머리 둘 곳조차 없다”라고 말씀하시며 철저한 무소유의 길을 걸으셨습니다.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도 지팡이조차 들고 가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이러한 모습이 바로 성탄의 영성이며, 제자다운 삶의 모습입니다. 스테파노는 이 길을 가장 먼저 삶으로 증거한 첫 순교자였습니다. 말구유의 아기 예수님은 아무 힘도 없고, 군대도 없고, 무기도 없지만 오직 사랑 하나로 세상에 오셨습니다. 그 사랑은 가장 조용하지만 가장 강력한 힘이었습니다.
스테파노는 그 사랑이 사람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보여 준 인물이었습니다. 첫째, 스테파노는 성탄의 빛을 기억한 사람이었습니다. 성탄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잊지 않으셨다는 ‘기억의 축제’입니다. 스테파노는 그 기억을 마음 중심에 두었기에 돌을 맞는 상황에서도 두려움보다 빛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둘째, 스테파노는 성탄의 진실을 말한 사람이었습니다. 천사들이 전한 첫 메시지 “두려워하지 마라”처럼 스테파노의 말은 진실을 밝히고 위로를 전하는 말이었습니다. 셋째, 스테파노는 성탄의 마음으로 용서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돌을 던지는 사람들을 향해 “주님,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라고 기도했습니다. 말구유에서 시작된 용서는 십자가를 지나 스테파노에게 이어졌고 지금 우리에게까지 전해지고 있습니다. 넷째, 스테파노는 성탄의 시선으로 하늘을 바라본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폭력과 분노를 바라보지 않고 “하늘이 열리고 하느님의 아들이 하느님 오른편에 계신다”라는 빛을 바라보았습니다. 성탄의 시선이란 가난 뒤의 풍요를 보고, 눈물 뒤의 희망을 보고, 어둠 속에서 태어나는 빛을 보는 눈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스테파노를 단순히 첫 순교자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성탄의 빛이 인간의 삶 안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보여 준 사람으로 기억합니다. 스테파노는 오늘 우리에게 묻습니다. “성탄을 맞이한 여러분의 마음은 어디를 향하고 있습니까 여러분의 말은 어떤 빛을 전하고 있습니까 여러분의 삶은 사랑과 용서를 선택하고 있습니까” 성탄은 단순한 기쁨의 계절이 아니라 ‘빛을 선택하는 계절’입니다. 스테파노처럼 하느님의 기억을 품고, 성탄의 진실로 위로하며, 성탄의 마음으로 용서하고, 성탄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삶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오늘 우리는 스테파노를 통해 신앙인이 가야 할 길을 분명히 배웁니다. 그 길은 예수님께서 먼저 걸어가신 길입니다. 스테파노는 죽음의 순간에 “제 영혼을 아버지의 손에 맡기나이다.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해 주십시오”라고 기도하였습니다. 순교란 목숨을 잃는 것만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하느님을 선택하고, 끝까지 사랑을 선택하는 용기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 이것이 신앙의 신비입니다.
“자비로우신 아기 예수님, 성탄의 기쁨 속에서 첫 순교자 스테파노가 보여 준 믿음과 용기를 우리 마음에 새기게 하소서. 계획이 흔들릴 때도 하느님께서 이끄심을 믿고, 어려움 속에서도 용서와 사랑을 선택하며, 어둠 속에서도 하늘의 빛을 바라보는 눈을 주소서. 성탄의 기억으로 살아가게 하시고, 성탄의 진실을 말하게 하시며, 성탄의 마음으로 용서하고, 성탄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하소서. 끝까지 견디는 이에게 주시는 구원의 약속을 굳게 믿으며 우리의 삶이 하느님께 영광이 되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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