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탄 팔일 축제 내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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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094 조재형 [umbrella] 스크랩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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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에는 인간의 삶을 근본적으로 뒤바꾼 발명과 발견이 있었습니다. ‘증기기관’과 ‘전기’는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증기기관의 발명은 인간이 더 빠르고 멀리 이동할 수 있게 했고, 대량 생산 체계는 경제적 풍요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전기의 발견은 어둠을 밝히며 인류의 생활을 완전히 새롭게 열어 주었습니다. 전기는 현대 산업사회의 쌀과 같은 기반이 되었고, 가전제품은 우리 삶을 한층 풍요롭게 했으며, 전기와 컴퓨터 그리고 인터넷이 만나면서 인류는 전례 없는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발명들이 주는 혜택 뒤에는 깊은 상처도 있었습니다. 기술을 앞세운 제국주의 국가들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아메리카의 약소국을 식민지로 만들고 자원을 수탈했습니다. 전체주의 국가들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또 다른 차원의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독일은 유대인을 학살했고, 소련은 무고한 국민을 죽음으로 몰아넣었습니다. 인류는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핵무기의 공포를 체험했습니다. 이 역사는 우리에게 분명히 말합니다. 도덕성과 사랑이 없는 과학과 기술은 인류를 파멸로 이끌 수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합니다.
오늘날 인류는 또 한 번의 거대한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인공지능(AI)의 시대입니다. 불이 생존의 가능성을 넓혀 주었고, 인쇄술이 지식을 나누어 주었으며, 전기가 문명의 형태를 바꾸어 놓았듯이, 인공지능은 우리 시대의 문명 질서를 다시 쓰고 있습니다. 먼저 인공지능이 주는 풍요로움입니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지적 능력을 확장하는 도구입니다. 과거에는 평생 접할 수 있는 지식의 양이 한정되어 있었지만, 인공지능은 방대한 자료를 분석하고 서로 다른 지식을 연결하며 새로운 통찰을 제공함으로써 누구나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줍니다. 고령자 돌봄, 의료 지원, 언어 장벽 해소 등 우리의 일상에도 직접적인 도움을 주며, 인간에게 시간을 되돌려 주어 삶의 질을 향상하는 따뜻한 풍요를 만들어 냅니다. 무엇보다 인공지능은 인간에게 “나는 누구인가 인간의 고유함은 무엇인가”라는 깊은 질문을 던져 영적 성찰의 문을 열어 줍니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동시에 중요한 도전도 안겨 줍니다. 노동의 구조가 크게 변화하면 일자리 상실은 경제를 넘어 인간의 존엄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기술을 가진 소수가 더 큰 부를 독점하게 되면 사회적 불평등은 심화할 것입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대화와 판단을 대신할수록 인간은 타인과의 관계를 잃고 고립될 위험이 있으며, 알고리즘의 편향이나 오류는 개인의 삶을 흔들 수 있습니다. 기술이 편리함을 제공할수록 인간은 자기의 판단을 기술에 맡기려는 유혹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결국 기술이 열어 줄 미래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인류에게 축복이 될지 재앙이 될지는 우리가 어떤 기준과 윤리, 질서를 세우느냐에 결정됩니다. 중요한 것은 기술을 두려워하거나 숭배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자유와 양심, 사랑의 능력을 중심에 두고 기술을 ‘선용하는 지혜’를 갖추는 것입니다. 과학과 기술이 하느님께 영광을 돌리는 도구가 될 때, 그것은 참된 발전이며 인간을 위한 빛이 됩니다.
예수 그리스도 탄생의 신비는 모든 기술이 사랑과 정의 위에서 사용되어야 한다는 기준을 우리에게 분명히 보여 줍니다. 오늘 제1독서는 우리에게 이렇게 일러줍니다. “세상은 지나가고 세상의 욕망도 지나갑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은 영원히 남습니다.” 육의 욕망, 눈의 욕망, 재산에 대한 자만은 하느님에게서 온 것이 아닙니다. 기술도 욕망과 결합하면 재앙이 되고, 사랑과 정의와 결합하면 축복이 됩니다. 복음은 예수님의 어린 시절을 증언합니다. “아기는 자라면서 튼튼해지고 지혜가 충만해졌으며,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하느님의 아드님이 인간의 역사 안에서 자라나며 지혜를 더해 가셨듯이, 우리의 과학과 기술도 하느님의 뜻 안에서 자라나야 합니다. 한나는 아기에 관해 감사하며 이야기했습니다. 새 시대를 희망하는 이들에게 복음의 기쁜 소식을 전했습니다. 오늘의 기술문명도 이처럼 희망의 도구가 될 때 비로소 참된 발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주님, 성탄의 빛으로 세상의 어둠을 밝히신 아기 예수님, 오늘의 기술문명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지혜를 저희에게 허락하소서. 인공지능과 과학 기술이 인간을 지배하는 힘이 아니라, 사랑과 정의를 실천하는 도구가 되게 하시고, 우리의 선택이 언제나 하느님의 뜻 안에 머물게 하소서. 세상의 욕망이 아니라,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사랑과 겸손의 길을 따르게 하시며, 새로운 시대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과 생명의 가치를 지켜 나가도록 이끌어 주소서. 아기 예수님의 지혜와 평화가 우리 공동체와 모든 이에게 가득 내리시길 기도드립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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