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탄 팔일 축제 제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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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115 박영희 [corenelia] 스크랩 2025-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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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팔일 축제 제6일] 루카 2,36-40 “성전을 떠나는 일 없이 단식하고 기도하며 밤낮으로 하느님을 섬겼다.“
오늘 복음도 어제에 이어 아기 예수님을 성전에 봉헌하는 예식 중에 일어난 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 자리에 ‘한나’라는 예언자가 나타났지요. 그녀는 한 순간도 성전을 떠나지 않고 밤낮으로 열심히 기도하며 하느님을 충실히 섬기던 ‘할머니 과부’였습니다. 루카 복음사가는 그녀의 기구한 ‘팔자’에 대해 언급하는데, 그녀는 결혼한 지 7년 만에 남편을 여의고 여든 네살이 되도록 성전에서 지내고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풍습에 따르면 스무 살이 되기 전에 혼인했을 것이고, 7년 만에 남편을 여의었다면 거의 60년 정도를, 당시 왠만한 사람의 온 생애만큼을 과부신세로 살았다는 뜻이 됩니다. 그녀의 삶이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을지가 충분히 짐작되는 대목이지요.
그런데 루카 복음사가가 굳이 그녀의 기구한 팔자를 언급한 것은, 오늘 복음을 읽는 이들로 하여금 그녀를 불쌍히 여기게 만들기 위함이 아닙니다. 그녀의 삶에 일어난 ‘반전’을 눈여겨 보라는 뜻이지요. 그녀가 이른 나이에 과부가 되지 않았다면, 그래서 남편과 알콩달콩 깨소금 볶으며 잘 살았다면 그녀의 삶이 힘들고 괴롭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녀가 누리는 기쁨은 한 남자의 아내가 누리는 평범한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겠지요. 즉 그녀가 살면서 누리는 행복은 ‘소확행’, 안전하게 보장되지만 소박한 수준에 머물렀을 거란 얘깁니다. 그러나 남편을 여의게 되면서 그녀의 삶은 완전히 다른 국면을 맞이합니다. 가진 게 없어 매일 먹고 살 걱정을 해야 하는 딱한 처지가 된 것입니다. 기대고 의지할 든든한 언덕도, 사랑하고 보살펴 줄 ‘님’도 없이 홀로 외롭게 살아가는 힘든 상황에 처한 것입니다.
그러나 한나는 다른 과부들처럼 ‘신세한탄’을 하며 보내지 않았습니다. 깊은 절망 속에서 살아갈 이유와 의미를 잃고 허투루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직면하게 된 불행한 처지를 하느님을 온전히 섬길 ‘기회’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일찍 과부가 된 것은 불행이었지만, 하느님께만 오롯이 집중하며 그분 뜻을 온전히 따를 수 있게 된 것은 큰 영광이자 기쁨이었지요. 그것이 바로 한나가 행복한 여인이 된 비결입니다. 자기 힘으로 바꿀 수 없는 조건에 대해 불평하느라 행복할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신이 참으로 행복할 기회를 스스로 찾아 꽉 붙잡았기에 그토록 고대하던 ‘구세주’를 자기 두 눈으로 보게 된 것이지요.
그녀가 누린 참 행복은 바로 ‘지복직관’의 행복, 즉 하느님을 다른 무엇인가를 통해 흐릿하게 보지 않고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며 직접 보는 행복입니다. 그 행복은 평범한 사람은 절대 ‘이 세상’에서 누릴 수 없는, 죽음 이후 하느님 나라에 가서야 겨우 누릴 수 있는 행복이지요. 그녀는 그 참된 행복을 살아있는 상태에서 누렸고, 그 행복의 힘으로 남은 생을 기쁘게 살아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우리도 그런 한나를 본받으면 좋겠습니다. 내 힘으로 바꿀 수 없는 세속적인 조건들에 집착하며 그 조건을 가지고 남과 나를 비교하느라 스스로를 더 깊은 절망에 빠뜨리지 말고, 내가 따를 수 있고 또한 따라야 할 하느님의 뜻에만 집중하며 나중에 후회가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하느님은 그런 우리에게 당신의 현존과 뜻을 분명하게 드러내 보이실 것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강론 말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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