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순 제2주간 화요일
-
188254 조재형 [umbrella] 스크랩 2026-03-02
-
우리는 흔히 위대한 인물을 이야기할 때 그의 성공과 영광을 먼저 떠올립니다. 그러나 성서는 인물을 그렇게 단순하게 기억하지 않습니다. 성서는 인간을 있는 그대로, 빛과 그림자를 함께 기록합니다. 다윗이 바로 그런 인물입니다. 다윗은 이스라엘을 통일한 왕이었고, 예루살렘을 수도로 삼은 지도자였으며, 시편을 남긴 시인이었습니다. 성경을 잘 모르는 사람도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는 알고 있습니다. 그는 용모가 뛰어났고, 전쟁에서 승리했으며, 백성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사울 왕을 죽일 기회가 있었지만, 하느님께서 기름 부으신 이를 해치지 않았던 인물로도 기억됩니다. 그러나 다윗의 삶은 결코 영광만으로 채워져 있지 않았습니다. 사울 왕의 시기와 질투로 인해 도망자의 삶을 살아야 했고, 정욕에 눈이 멀어 부하의 아내를 취했으며, 충직한 부하를 전쟁터에서 죽게 했습니다.
가정 안에서는 더 깊은 상처가 있었습니다. 아들들 사이에 폭력과 살인이 있었고, 결국 압살롬의 반란으로 늙은 나이에 다시 피난길에 올라야 했습니다. 다윗의 삶은 한마디로 말하면, 실패와 상처가 끊이지 않았던 삶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성서가 다윗을 위대한 왕으로 기억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다윗은 자신의 죄를 숨기지 않았고, 변명하지 않았으며, 하느님 앞에서 무릎을 꿇을 줄 알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잘못했을 때 회개했고, 고난의 순간에도 하느님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사야 예언자는 이렇게 선포합니다. “너희가 뉘우치고 돌아온다면, 비록 너희 죄가 진홍같이 붉어도 눈과 같이 희게 해 주겠다.” 하느님께서는 완벽한 인간을 찾으시는 분이 아니라, 돌아올 줄 아는 인간을 기다리시는 분이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위선과 교만을 매우 단호하게 꾸짖으십니다. 그들의 가르침 자체가 틀렸기 때문이 아닙니다. 문제는 말과 삶이 일치하지 않는 데 있습니다. 그들은 무겁고 힘겨운 짐을 묶어 다른 사람들의 어깨에 올려놓고, 자신들은 그 짐을 함께 들 생각이 없습니다. 기준은 엄격하지만 책임은 회피하고, 율법은 강조하지만, 자비는 부족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런 태도를 위선이라 부르십니다. 이 말씀은 단지 2천 년 전 바리사이들만을 향한 말씀이 아닙니다. 이 말씀을 가장 먼저, 가장 무겁게 들어야 할 사람은 어쩌면 사제들일지도 모릅니다. 성서를 해석하고, 성사를 집전하고, 강론을 전하는 사제가 혹시 말은 하고 있으나 삶으로 책임지지 않고 있지는 않은지, 신자들에게는 성사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정작 성사로 가는 길을 어렵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됩니다.
한 교우의 글을 나누고 싶습니다. 이 글은 누군가를 비난하기 위한 글이 아니라, 신앙 안에서 깊이 상처받은 한 영혼의 고백입니다. 큰 눈 폭풍으로 미사에 갈 수 없는 상황 속에서, 한 사람을 위해서라도 미사를 봉헌해 주는 본당 공동체를 부러워하며 눈물을 흘립니다. 본당 교우가 선종하셨을 때, 병자성사를 세 번이나 요청했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거절당했고, 고백 소 앞에 줄을 서 있어도 고백성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두 주일 동안 성사를 보지 못한 신자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강론 시간에는 성사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말을 들으며, 예수님만 바라보고 신앙생활을 이어가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토로합니다. 그러나 그 교우는 신앙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미국 성당에서 특전 미사에 참례하여 성체를 모시며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강론을 다 이해하지 못해도, 모든 것이 진실하게 느껴졌다고 고백합니다. 이 고백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신앙의 중심은 설명의 완전함이 아니라, 진실함의 체험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성사는 신자들의 삶에서 선택 사항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을 살리시는 통로라는 사실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너희 가운데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사제직은 권위를 행사하는 자리가 아니라, 하느님의 자비가 흘러가도록 길을 내어 주는 자리입니다. 성사를 쉽게 열어 주는 것이 사제의 약함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강함입니다. 오늘 독서는 이렇게 우리 모두를 부르십니다. “너희 자신을 씻어 깨끗이 하여라. 악행을 멈추고 선행을 배워라. 공정을 추구하고 억압받는 이를 보살펴라.” 사순 시기는 남을 평가하는 시간이 아니라, 먼저 자기 자신 앞에 서는 시간입니다. 다윗처럼, 우리도 넘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윗처럼, 다시 하느님께 돌아갈 수 있다면, 비록 우리의 죄가 진홍같이 붉어도 하느님께서는 그것을 다시 눈처럼 희게 빚어 주실 것입니다.
“주님, 말로만이 아니라 삶으로 복음을 살게 하소서. 회개할 줄 아는 겸손한 마음을 저희에게 주소서. 저희 모두가 섬김의 자리에서 다시 주님을 닮아가게 하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
-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그리스도님,
-
188272
최원석
2026-03-03
-
반대 0신고 0
-
- 영혼이 유다처럼 죽을 처지에 있더라도
-
188270
김중애
2026-03-03
-
반대 0신고 0
-
-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2026.03.03)
-
188269
김중애
2026-03-03
-
반대 0신고 0
-
- 매일미사/2026년 3월 3일 화요일[(자) 사순 제2주간 화요일]
-
188268
김중애
2026-03-03
-
반대 0신고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