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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사 (자) 2026년 3월 15일 (일)사순 제4주일태어나면서부터 눈먼 사람이 가서 씻고 앞을 보게 되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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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4주일(장미주일)

188488 조재형 [umbrella] 스크랩 2026-03-14

랜드마크(Land Mark)’라는 말이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는 에펠탑, 중국 북경은 만리장성, 미국 뉴욕은 자유의 여신상을 떠올립니다. 저는 미국 텍사스 달라스의 랜드마크를 말하라면, 성 김대건 안드레아 성당을 떠올리고 싶습니다. 나라에 랜드마크가 있듯이, 세계의 미술관에도 그 미술관을 대표하는 작품이 있습니다. 파리 루브르 미술관에는 모나리자가 있고,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미술관에는 돌아온 탕자가 있으며, 뉴욕현대미술관에는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 있습니다. 오늘은 이 작품을 통해 사순 제4주일의 말씀을 함께 묵상하고자 합니다.

 

고흐의 아버지는 목사였습니다. 고흐 역시 아버지를 따라 목사가 되기를 원했습니다. 그러나 여러 차례 신학교 입학에 실패했습니다. 그럼에도 그의 신앙의 열정은 꺼지지 않았습니다. 그는 특별전도사의 자격으로 혹독한 탄광촌으로 자원했습니다. 고흐는 깨끗한 사택을 가난한 이들에게 내주고, 자신은 탄을 캐다 다친 광부들이 머무는 숙소에서 지냈습니다. 월급은 모아 가난한 아이들에게 빵을 사주었고, 광부들과 함께 지하 깊은 곳으로 내려가 기도했습니다. 사람들은 말했습니다. “탄광촌에 예수님이 오셨다.” 그러나 얼마 뒤, 그를 파견했던 교회는 뜻밖의 결정을 내립니다. 고흐를 파면하였습니다. 전도사의 옷차림이 남루하고, 얼굴이 더럽고, 아픈 사람들과 함께 먹고 지낸다는 이유로 전도사의 품위를 실추시켰다는 것이었습니다. 고흐는 탄광촌을 떠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예수님이 화려한 교회 건물 안에만 계신 분이라면, 나는 그런 예수님은 믿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신앙을 그림으로 전하기로 결심합니다.

 

고흐의 그림 속에는 하느님께서 바라보시는 시선이 담겨 있습니다. 감자를 먹는 사람들에 나오는 농부들은 초라하지만, 정직한 노동으로 하루를 살아낸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식탁은 제대와는 달라 보이지만, 하느님께서는 가장 깨끗한 자리가 아니라 가장 진실한 자리에 계십니다. 성경책과 에밀 졸라에서 펼쳐진 성경의 말씀은 이사야 예언서 53장의 고난받는 종의 노래입니다. “그는 멸시받아 사람들에게 버림받았으며, 고통을 아는 사람이었다.” 고흐는 말씀을 덮지 않았고, 현실을 외면하지도 않았습니다. 말씀과 고통의 현실을 나란히 두며, 말씀이 인간의 상처 속으로 내려와야 함을 고백합니다. 씨 뿌리는 사람에서는 농부보다 태양이 더 크게 그려집니다. 씨를 뿌리는 것은 인간의 몫이지만, 자라게 하시는 분은 하느님이시라는 믿음입니다.

 

그리고 별이 빛나는 밤을 보면, 하늘에는 별이 소용돌이치듯 빛나지만, 마을 한가운데 있는 교회에는 불이 켜져 있지 않습니다. 고흐는 일부러 교회를 어둠 속에 남겨 둡니다. 하느님의 빛이 교회 건물 안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혼란스럽고 불안한 밤하늘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는 고백입니다. 고흐의 삶을 노래한 노래에는 이런 가사가 나옵니다. “그들은 들으려 하지 않았고, 알지도 못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노래를 이렇게 요약합니다. “당신이 살기에는 이 세상이 너무 혼탁했다.” 고흐가 너무 약했던 것이 아니라, 세상이 그의 빛을 감당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오늘 사순 제4주일의 말씀은 분명히 이야기합니다. “사람들은 눈에 들어오는 대로 보지만, 주님은 마음을 본다.” 다윗은 형들 가운데서 가장 작았지만, 하느님께서는 그의 마음을 보셨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눈먼 이는 죄인이 아니라, 하느님의 일이 드러나기 위한 사람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보지 못하는 이들은 보고, 본다고 하는 이들은 눈먼 자가 되게 하려는 것이다.” 사순 시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나는 세상의 기준으로 보고 있는가, 아니면 복음의 눈으로 보고 있는가! 이 말씀은 저 자신에게도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교회의 질서와 품위를 지키는 데에는 익숙하지만, 하느님께서 먼저 바라보시는 마음과 고통을 충분히 보고 있는가! 사람들의 시선에 맞는 사제가 되려 하느라, 복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용기를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고흐를 파면했던 교회의 시선이 혹시 오늘의 내 안에도 남아 있지는 않은지, 장미 주일의 기쁨 속에서 조용히 저 자신을 성찰해 봅니다. 교회에 불이 꺼진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에도, 하느님께서는 이미 밤하늘에 별을 켜 두셨습니다. 오늘 장미 주일,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어둠 속에서도 기뻐하라고 초대하십니다.

 

주님, 세상의 눈이 아니라 주님의 눈으로 보게 하소서. 어둠 속에서도 이미 빛을 켜 두신 주님을 신뢰하게 하소서. 우리들 또한 빛의 자녀답게 살아가도록 이끌어 주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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