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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사 (자) 2026년 3월 23일 (월)사순 제5주간 월요일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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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삼용 신부님_가장 불완전한 고해성사

188662 최원석 [wsjesus] 스크랩 09:29

 

오늘은 사순 제5주간 월요일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용서의 장면 중 하나인 '간음하다 잡힌 여인'의 이야기를 만납니다.
예수님께서는 죽음의 문턱에 선 여인에게
말씀하십니다.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가거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 (요한 8,11) 
 
고해성사는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가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서는 것과 같습니다.
아이가 걷기 위해 수천 번 넘어지는 것처럼, 우리도 하느님 나라에 도달하기 위해 수천 번
고해성사라는 지팡이를 짚고 일어나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아주 치명적이고 불완전한 고해성사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결심'이 빠진 고해성사입니다.
결심이 없는 고해는 단순히 의무를 소홀히 하는 실수가 아닙니다.
그것은 고해성사를 죄를 지우는 '자동 판매기'처럼 취급하며, 우리를 위해 피 흘리시는 하느님의 인격적인 사랑을 철저히 배신하는 행위입니다. 
 
1994년 '박한상 존속 살해 사건'의 수사 기록을 보면, 결심 없는 용서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습니다.
당시 강남의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박한상은 미국 유학 시절 도박에 빠져 수천만 원의 빚을 졌습니다.
1993년, 그의 아버지는 아들을 살려야겠다는 마음으로 당시 돈으로 2,300만 원이라는 거액의 도박 빚을 대신 갚아주었습니다. 
 
당시 박한상은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다시는 도박을 하지 않겠다,
새사람이 되겠다"라고 처절하게 빌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의 이 '고해'를 믿고 용서하며 다시 미국으로 보냈습니다.
하지만 박한상의 속마음은 달랐습니다.
그는 훗날 수사 과정에서 고백하기를, 아버지가 빚을 갚아준 순간 '아, 이제 빚이 청산되었으니
다시 도박할 수 있는 깨끗한 판이 생겼구나'라고 생각했답니다.
결국 더 이상 용서라는 이름의 돈이 나오지 않자, 그는 자신을 그토록 아꼈던 부모를 처참하게 살해했습니다.
"다시는 죄짓지 마라"는 결심이 없는 용서가 한 인간을 어떻게 악마로 만드는지 보여주는 가장
서늘하고도 객관적인 증거입니다(출처: 표창원, 『대한민국 죄와 벌』; 서울지방법원 94고합761 판결문). 
 
아이가 걸음마를 할 때, '다음에 또 넘어져야지'라고 생각하고 일어나는 경우는 없습니다.
'이번엔 꼭 엄마, 아빠처럼 당당하게 걷고 말 거야!'라고 결심해야 비로소 발전이 있습니다.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가 그 어려운 점프 동작을 완성하기 위해 빙판 위에서 수만 번 엉덩방아를
찧을 때,  그녀가 매 순간 생각한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또 넘어지겠지'가 아니라
'이번엔 꼭 성공하고 말 거야!'라는 처절한 결심이었을 것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결심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하느님님의 고통과 죄의 고통에 무감각하기'
때문입니다.
내 죄가 하느님을 얼마나 아프게 하는지, 그리고 죄 속에 사는 내 영혼이 얼마나 비참하게 썩어가고 있는지에 대한 감각이 마비된 것입니다. 
 
제가 아는 어느 자매님은 남편과 자신 모두 가톨릭의대를 나온 엘리트 부부였습니다.
간호사 출신이었던 그녀는 남편의 병원이 번창하자 오직 허영의 죄로 살았습니다.
집에 이태리산 대리석을 깔고, 비싼 명품 옷만 입으며 친구들 앞에서 자신의 재력을 자랑하는 것이 인생의 유일한 낙이었습니다.
그녀의 신앙은 그저 고급스러운 장식품일 뿐이었죠. 
 
그러다 병원에 큰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심각한 의료 사고가 터졌고, 피해자가 상당한 재력가라 그 병원을 완전히 망하게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자매님이 가장 고통스러워했던 것은 '병원이 망하는 것'보다 '내 허영이 들통나 친구들이 나를 비웃을 것'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녀는 점집을 전전하며 발버둥 쳤지만, 결국 절망의 끝에서 성당으로 돌아왔습니다.
냉담 끝에 성당 입구에 섰을 때, 그 차가운 공기가 자신의 죄를 꾸짖는 것 같아 차마 본당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답니다. 
 
그녀는 전국 성지를 돌며 매일 미사하고 십자가의 길을 바쳤습니다.
한 번 바치는 데 2시간이 걸릴 정도로 온 마음을 다했죠.
그러던 어느 날, 미리내 성지에서 십자가의 길 제4처, '예수님께서 성모님을 만나심' 장면을 묵상할 때였습니다.
갑자기 가슴 속에서 거대한 천둥소리 같은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사~랑~한~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무너져 내렸습니다. 예수님께서 그 고통스러운 십자가의 길에서,
어머니의 심장을 그토록 아프게 해 드리면서까지 피를 흘리신 이유가 오로지 자신만을 사랑하기
때문이었음을 깨달은 것입니다.
표징은 믿음을 낳는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몇 시간을 오열했고, 감실 앞으로 달려가 또 오열했습니다. 
 
예수님의 고통이 자신의 살점의 고통처럼 느껴지기 시작하자, 이전에 자존심에 사로잡혀 살던 그 시간이 얼마나 끔찍한 무덤이었는지가 보였습니다.
덫에서 빠져나와 발에 피를 철철 흘리는 강아지가, 자신을 살려주기 위해 손이 갈기갈기 찢겨나간 주인의 피를 보면서, 다시 그 덫으로 들어가고 싶겠습니까? 절대 그럴 수 없습니다.  
 
이 자매님은 본당으로 돌아와 가장 먼저 화장실 청소를 자원했습니다.
수천만 원짜리 이태리 대리석 바닥을 닦던 그 화려한 손으로 이제 성당의 냄새나는 변기를 닦는데, 그녀의 얼굴에는 세상이 주는 영광과는 비교할 수 없는 천상의 평화가 감돌았습니다.
다시는 허영과 자만심으로 자신과 예수님을 아프게 하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이 그녀를 완전히 재창조한 것입니다. 
 
교회 역사상 가장 온유한 성자로 추앙받는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는 우리에게 큰 희망을 줍니다.
놀랍게도 이 성인은 본래 성격이 아주 불같고 급한 사람이었습니다.
조금만 화가 나도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고 입에서는 독한 말이 튀어나오려 하는, 이른바 '다혈질 중의 다혈질'이었지요. 
 
하지만 그는 자신의 이 약점이 하느님을 아프게 해드린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그는 고해소에 들어갈 때마다 피눈물을 흘리며 결심했습니다.
"주님, 제가 이번에 또 화를 냈습니다.
당신의 온유하신 심장을 찔렀습니다.
제발 저를 도와주십시오.
다시는 화를 내지 않겠습니다!" 
 
그는 고해성사를 본 후 문을 나서며 '오늘 단 한 번이라도 화를 참아보자'라고 다짐하며 영적 걸음마를 떼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또 넘어졌습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고해소에서 받은 용서의 은총을 들고 다시 일어났습니다.
"주님, 방금 또 넘어졌지만, 저는 결코 이 미움의 덫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다시 시작합니다!" 
 
성인은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자신의 입술에 온유의 기름을 발라달라고 기도했고,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고해성사의 결심을 단 한 번도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 아십니까? 훗날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 그의 책상 서랍을 열어보니
그가 평생 분노를 참기 위해 손톱으로 책상 밑바닥을 긁어댄 깊은 자국들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고 합니다.
매번의 고해성사 때마다 "다시는 죄짓지 않겠다"라는 그 처절한 결심의 빗방울이 20년 동안 바위를 뚫어, 마침내 지상에서 가장 온유한 영혼으로 완성된 것입니다
(출처: 모리스 드 라 타유,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전기』; 앙드레 라비에,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사랑의 박사』). 
 
교부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시편 강해』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고백하는 자의 눈물은 죄의 상처를 씻어내는 세례수요, 다시는 범죄하지 않겠다는 결심은
그 상처를 봉합하는 실이다."
또한 성 예로니모는 "죄를 짓는 것은 인간적인 일이나, 그 죄를 즐기며 회개하기를 이용하는 것은 마귀적인 일이다"라고 경고했습니다.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 하신 주님의 말씀이 매 고해성사 때마다 우리 가슴에

고통스러운 사랑의 문신으로 새겨질 때, 우리는 조금씩이나마 죄의 덫에서 풀려나 참된 자유의 길을 걷게 될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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