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고통이 아닌 예수님의 고통을 생각하는 성주간 보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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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817 박진신 [93solangia] 스크랩 2026-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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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본당에서 몇몇 이들이 저에게 주임신부의 사목 때문에 상처받은 신자가 많다는 얘기와 함께 반대 의견을 전했습니다. 매번 불쾌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신부님의 사목 방향을 지지하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닙니다. 제가 싫어하는 사람을 험담을 했다고 하더라도 싫었을 겁니다. 왜 그런 이야기를 저에게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추측컨대 제가 본당에서 열심한 신자로 소문이 나있습니다. 그래서 자신들의 의견에 동의라는 힘을 실어주면 신부에게 순명하지 못하는 찝찝하고 불편한 마음을 열심한 신자도 그렇게 생각하니까, 순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마음 편하게 생각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성실하게 신앙 생활하는 타인을 간 보는 아주 불순한 의도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이들은 순명을 향해 가고 있는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이미 순명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반대하면서도 마음 한쪽이 어딘가 계속 불편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래서 그런 과정에 있는 이들이라고 생각하며, 그들이 순명의 은총을 받을 수 있도록 기도하고, 또 그들의 이야기를 인내하고 경청할 수 있기를 청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고통스러워서 심장이 두근거렸습니다. 이 일이 얼마나 스트레스였는지, 제대에 시선을 맞출 때마다 눈앞이 흐려졌고 급기야 주임신부님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조차도 부끄러웠습니다. 그런 이야기에 동조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미 들은 것만으로도 죄라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었던 겁니다.
제 자신도 죄를 짓게 되었으므로 고해소에 들어가서 부주임 신부님께 말씀드리기도 했고, 또 자세한 사정은 생략한 채로 주임신부님께 묻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이 고통스러운 마음이 해소되지 않았고 신앙생활이 점점 구렁텅이로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은 절망감을 느꼈습니다. 누군가는 흘려듣고, 신경 쓰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험담을 무척 싫어하는 저로서는 정말 견디기 힘든 상황은 분명했습니다.
그러다 최근에 신부님께서 아침식사하러 갈 건데, 같이 가자며 잠시 기다리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서 털어놓았습니다.
신부님께 그간의 사정을 말씀드리고, 제 의견을 덧붙였습니다. "신부님의 사목 때문에 상처받았다고 하지만 실은 그들은 자신들이 순명하지 못하는 상황을 인정하기 싫기 때문에 상처받는 상황으로 합리화한다고 생각한다."
대처 방법을 포함해서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그 자체가 이미 훌륭한 영적 지도였으므로 매우 감명을 받았고, 하느님께 찬미드리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신부님께서 미사 시간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한테 상처받아서 본당을 떠난 사람들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신자들만 상처받는 게 아니고 신부와 수도자도 상처를 받는다. 근데 지금 우리가 자신의 상처를 생각할 때가 아니다. 이천 년 동안 상처받으신 예수님의 상처를 생각해야 한다. 그것에 비하면 우리의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다. 자신의 고통이 아닌 예수님의 고통을 생각하며 성주간을 보내는 게 올바른 신자의 태도다. 그리고 타인이 상처를 준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스스로가 자기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가 많다."
이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괜히 이야기했나 싶어서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더구나 내 고통을 해소하고자 신부님께 상처를 주었다는 죄의식도 생겼습니다. 근데 잠시 묵상 후에 어떤 의미로 말씀하셨는지 깨달았습니다. 상처받았다는 그들을 향해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저를 위해 하신 말씀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제 고통에만 신경 쓰며 예수님의 고통을 생각하지도 않는 사순과 성주간을 보내고 있었던 겁니다.
또한 참다운 사제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신에 대해 별로 좋은 이야기도 아니었는데, 사목자로서 진지하게 묵상하고 고민한 흔적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는 저에게 또 다른 영적 지도가 되었고, 다른 이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당신의 사제를 통해 신앙의 양식을 먹이시는 하느님, 찬미받으소서.
여러분 가운데에 있는 하느님의 양 떼를 잘 치십시오. 그들을 돌보되, 억지로 하지 말고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자진해서 하십시오. 부정한 이익을 탐내서 하지 말고 열성으로 하십시오. 여러분에게 맡겨진 이들을 위에서 지배하려고 하지 말고, 양 떼의 모범이 되십시오. 그러면 으뜸 목자께서 나타나실 때, 여러분은 시들지 않는 영광의 화관을 받을 것입니다. (2베드 2-4)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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