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활 제4주일(성소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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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283 조재형 [umbrella] 스크랩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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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부활 제4주일입니다. 교회는 오늘을 ‘착한 목자 주일’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동시에 ‘성소 주일’로 지냅니다. 성소 주일은 하느님의 거룩한 부르심을 깊이 묵상하면서, 사제와 수도자와 선교사와 같은 봉헌된 삶의 성소가 더욱 풍성해지도록 특별히 기도하는 날입니다. 그러나 넓은 의미에서 본다면 성소는 단지 몇몇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특별한 길이 아닙니다. 성소는 하느님께서 우리 각 사람을 부르시는 사랑의 음성입니다. 저는 교구 성소 국장으로 5년 동안 지낸 적이 있습니다. 그 시간은 제 사제 생활 안에서 참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성소 국장으로서 맡았던 일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예비 신학생들을 돌보는 일이었고, 다른 하나는 이미 신학교에 들어와 있는 신학생들을 돌보는 일이었습니다. 제가 성소 국장으로 있을 때는 4명의 주교님 서품식도 있었습니다. 2014년에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방한이 있었는데, 저는 준비위원회의 영성과 신심 분과에서 일하면서 기도문과 자료집을 만들었습니다. 또 성소국에 있으면서 ‘사제’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분이 그것을 통해 사제의 삶을 이해하게 되었고, 하느님의 부르심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성소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것입니다. 아브라함은 이미 인생의 황혼에 접어든 사람이었습니다. 익숙한 땅, 익숙한 삶, 익숙한 관계 속에서 조용히 살아가던 그에게 하느님의 말씀이 들려옵니다. “네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너에게 보여 줄 땅으로 가거라.” 아브라함은 계산하지 않았고, 조건을 따지지 않았습니다. 그는 단지 믿었고, 그래서 길을 떠났습니다. 그 한 걸음이 믿음의 역사가 되었고, 인류 구원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모세는 광야에서 양을 치며 살아가던 사람이었습니다. 불타는 떨기나무 속에서 하느님의 부르심이 들려옵니다. “나는 있는 나다. 내가 너를 보낸다.” 모세의 지팡이는 하느님의 도구가 되었고, 그의 걸음은 백성을 자유로 이끄는 길이 되었습니다.
갈릴래아 호숫가에서 그물을 던지던 어부 베드로에게도 부르심이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나를 따라라. 내가 너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겠다.” 베드로는 그물을 버려두고 따라나섰습니다. 그러나 그의 길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넘어졌고, 부인했고, 울었습니다. 그런데도 예수님께서는 그를 버리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다시 부르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 양들을 돌보아라.” 베드로는 완전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끝까지 부르심에 머물렀기에 교회의 반석이 되었습니다. 바오로의 부르심은 더욱더 극적입니다. 그는 교회를 박해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길 위에서 그는 “사울아, 사울아, 왜 나를 박해하느냐”라는 음성을 듣습니다. 그의 눈은 잠시 멀어졌지만, 그의 마음은 비로소 열렸습니다. 그는 방향을 바꾸었고, 삶을 바꾸었고, 존재 전체를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복음을 들고 세상의 끝까지 나아갔습니다. 박해자가 사도가 되었고, 율법의 사람이 은총의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은 언제나 예상 밖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부르심에 응답한 사람의 삶은 더 이상 이전과 같지 않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 양들은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다. 나는 그들을 알고 그들은 나를 따른다. 나는 그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준다.” 예수님께서는 어떤 언어를 사용하셨기에 예수님의 말씀을 잘 알아들었을까요 예수님께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과부의 헌금을 칭찬하셨습니다. 세리의 기도를 칭찬하셨습니다. 백인대장의 믿음과 하혈하는 여인의 믿음을 칭찬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능력을 나누어주셨습니다. 제자들에게 마귀를 쫓아내는 능력과 병자를 쫓아내는 능력을 주셨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성령을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계셨습니다. 처음 제자들에게 ‘와서 보아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 곁에 머물면서 예수님을 구세주로 알아보았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희생과 봉사를 이야기하셨습니다. 벗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이 큰 사랑이라고 하셨습니다.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면, 능력을 기꺼이 나눌 수 있다면, 기쁨과 슬픔을 함께한다면, 희생과 봉사를 아끼지 않는다면 우리는 예수님의 목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이웃의 목소리도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부르심을 받은 제자들의 자세를 말씀하셨습니다.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전대에 금도 은도 구리 돈도 지니지 마라. 여행 보따리도 여벌 옷도 신발도 지팡이도 지니지 마라. 너희 중에 첫째가 되고자 하는 자는 꼴찌가 되어야 한다. 나는 섬김을 받을 자격이 있지만 섬기려고 왔다.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자기의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 부르심에 응답한 사람들은 성공, 명예, 권력에 연연하면 안 된다고 하십니다. 부르심에 응답한 사람은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가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십자가에서 죽으실 때까지 십자가를 지고 가셨습니다. 그 십자가 위에서 부활의 꽃이 피는 것입니다.
성소 주일입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에 충실하게 응답하는 신앙이 되면 좋겠습니다. 부르심에 응답한 사람답게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겸손한 마음으로 주어진 십자가를 충실하게 지고 가면 좋겠습니다. “회개하십시오. 그리고 저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아 여러분의 죄를 용서받으십시오. 그러면 성령을 선물로 받을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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