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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사 (녹) 2026년 5월 30일 (토)연중 제8주간 토요일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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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8주간 토요일

189831 조재형 [umbrella] 스크랩 2026-05-29

성지순례 중에 바르셀로나에서 성가정 성당을 방문하였습니다. 안토니오 가우디가 설계한 이 성당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하나의 복음서와 같은 공간이었습니다. 성당에는 탄생의 문, 고통의 문, 영광의 문이 있습니다. 그 문을 따라가다 보면 예수 그리스도의 삶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빛은 마치 하느님의 은총이 눈에 보이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안에는 한국어로 된 주님의 기도도 있었고,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이름도 있었습니다. 한 사람의 신앙과 열정이 도시 전체를 변화시키고, 전 세계 사람들이 찾는 순례지가 되었습니다. 성당의 지하에는 가우디의 무덤이 있습니다. 그 곁에서는 지금도 매일 미사가 봉헌되고 있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성당이라도 미사가 없다면 그저 건물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곳에서 미사가 봉헌되는 순간, 그곳은 살아 있는 하느님의 집이 됩니다.

 

바르셀로나에서 차로 한 시간쯤 가면 몬세라트 수도원이 있습니다. 화려한 도시 한가운데 있는 성가정 성당과는 달리, 이 수도원은 깊은 산속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약 천 년 전, 목동들이 신비한 빛과 소리를 체험했고, 그곳에서 검은 성모님을 발견하였습니다. 이후 그 자리에 수도원이 세워졌고, 지금까지 기도와 미사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깊은 산속까지 사람들이 찾아오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우리 마음 안에 있는 영적인 갈증 때문입니다. 세상은 화려하지만, 우리의 영혼은 침묵과 기도를 필요로 합니다. 성가정 성당이 세상 속의 신앙을 보여 준다면, 몬세라트 수도원은 하느님 안에 머무는 신앙을 보여 줍니다.

 

오늘 복음에서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예수님께 묻습니다. “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입니까그들의 기준은 세상의 기준이었습니다. 능력, 재력, 권력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권위는 전혀 다른 곳에서 나옵니다. 첫째, 예수님은 어린양이십니다. 인류의 죄를 대신하여 자신을 내어주신 분입니다. 힘이 아니라 희생으로 세상을 구원하셨습니다. 둘째, ‘고난받는 야훼의 종이십니다. 고통과 십자가를 통해 하느님의 뜻을 이루신 분입니다. 셋째, ‘사람의 아들이십니다. 마지막 날에 모든 것을 완성하시고, 참된 생명으로 이끄시는 분입니다.

넷째, ‘말씀이십니다. 태초부터 계셨고, 만물을 창조하시며, 지금도 우리를 비추시는 빛이십니다. 이 네 가지 모습 안에서 우리는 예수님의 참된 권위를 발견합니다. 그것은 세상이 주는 권력이 아니라,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권위입니다. 십자가를 통한 권위, 사랑을 통한 권위입니다.

 

순례의 길에서 저는 두 가지 모습을 보았습니다. 하나는 화려한 성당이었고, 다른 하나는 깊은 산속의 수도원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둘을 하나로 묶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미사기도였습니다. 사제로서 저는 다시 깨닫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더 크고, 더 화려한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 드리는 미사를 충실히 봉헌하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교우 여러분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정이 아무리 크고, 삶이 아무리 풍요로워도 그 안에 기도와 하느님이 없다면 공허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작은 삶이라도 하느님이 함께하시면 그 삶은 거룩한 성전이 됩니다. 예수님의 권위는 십자가에서 드러났습니다. 우리도 그 길을 따라야 합니다. 겸손과 희생, 그리고 사랑의 길입니다. 그 길이 바로 생명의 길입니다.

 

주님, 세상의 기준이 아니라 주님의 길을 따르게 하소서. 겸손과 희생으로 사랑을 살아가게 하소서. 우리 삶이 주님께 드려지는 살아 있는 성전이 되게 하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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