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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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845 박영희 [cornelia2] 스크랩 2026-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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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 요한 12,24-26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우리가 오늘 기념하는 복자 윤지충 바오로는 우리나라 최초의 순교자입니다. 그가 순교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조상들의 제사 문제였습니다. 당시 로마 교황청에서는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는 문화를 일종의 ‘미신행위’로 여겨 금지했는데, 그로 인해 양반층에 속했던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신앙을 버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윤지충 바오로는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위패를 불살라 버리고 천주교 예절로 장례를 치렀고, 그로 인해 투옥되어 문초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를 문초했던 전라 감사는 후에 윤지충에 대해 이렇게 기록하였습니다.
“형문을 당할 때 피를 흘리고 살이 터지면서도 찡그리거나 신음하는 기색을 얼굴이나 말에 보이지 않았고, 말끝마다 천주의 가르침이라고 하였습니다. 심지어 임금의 명을 어기고 부모의 명을 어길 수는 있어도 천주의 가르침은 비록 사형의 벌을 받는다 하더라도 결코 바꿀 수 없다고 하였으니, 확실히 칼날을 받고 죽는 것을 영광으로 여기는 뜻이 있었습니다.”(「정조실록」 33권, 정조 15년)
1791년 12월 8일 윤지충은 형장으로 끌려가면서도 잔치에 나가는 사람처럼 즐거운 얼굴로 군중에게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설교하면서 씩씩하게 나아갔다고 합니다. “예수, 마리아”를 여러 번 부르며 태연하게 칼을 받아 서른 셋의 나이에 순교하였고, 9일 만에 친척들이 시신을 거두었는데 전혀 부패하지 않았고 방금 피를 흘린 것처럼 형구에 묻은 피가 선명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렇게 그가 흘린 순교의 피는 보는 이들의 믿음을 깊어지게 만드는 구원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밀알 하나가 땅 속에 심어지면 곧 싹이 터서 자라납니다. 그러면 원래 ‘몸’이었던 부분은 ‘떡잎’으로 변해 그 씨앗이 땅 속에 싹을 틔우고 자리잡는 데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해주고 사라지지요. ‘몸’의 입장에서 보면 그 과정은 ‘죽음’입니다. 그러나 몸이 사라졌다고 해서 그 씨앗 자체가 사라지는 게 아닙니다. 그 씨앗이 가진 ‘생명’이 나무라는 더 크고 가치있는 존재로 자라나 다른 수많은 생명들이 깃드는 터전이 되는 겁니다. 그런데 만약 씨앗이 이 과정을 거부하면 어떻게 될까요? 내 몸이 사라지는 게 싫다며 끝까지 씨앗인 채로 남아 있겠다고 고집을 피우면 영원히 씨앗으로 남을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일정한 기간 내에 땅에 심어지지 않으면 볼 품 없이 말라 비틀어져 한 줌 먼지가 되고 말지요.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버티다가 그 존재 자체가 완전히 ‘소멸’되고 마는 겁니다. 지금의 삶을 조금 더 연장하려다가 하느님께서 주신 생명 자체를 잃고 마는 참으로 어리석은 모습입니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제대로 죽을 준비를 해야 합니다. 주님 뜻을 따르기 위해서라면 이 한 몸 기꺼이 썩어도 괜찮다는 굳은 각오를 지녀야 합니다. 그런 각오로 주님과 함께 죽는다면, 그분과 함께 부활하여 하늘나라에서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강론 말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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