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7주간 수요일
“ 가서 가진 것을 모두 처분하여 그것을 샀다.” (마태 13, 46)
우연처럼 온 은총, 그러나 삶을 뒤흔드는 만남
하늘 나라는 밭에 숨겨진 보물, 혹은 값진 진주입니다.
주님은 오늘 제게 묻습니다.
“네 삶 전체를 걸 만큼 나를 만나보았느냐?”
어떤 이에게는, 하늘 나라는 우연히 발견된 숨겨진 보물처럼 찾아옵니다.
예상치 못한 만남, 기도의 순간, 혹은 고통의 끝자락에서 갑자기 열린 하늘의 문.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발견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는 기뻐하며 돌아가 자신의 모든 것을 팔고, 그 밭을 사지요.
기쁨은 늘 결단을 요구합니다.
하느님과의 만남은 존재 전체의 방향을 돌이키는 변화입니다.
찾고 구하는 이에게 보이는 진주
어떤 이에게는 하늘 나라가 끈질기게 찾고 헤매던 여정의 끝에 주어집니다.
상인은 수많은 진주 사이에서 단 하나의 진주를 발견합니다.
그는 단번에 압니다.
이 진주 하나면 충분하다는 것을.
그 순간, 상인은 가진 것을 모두 처분합니다.
남기지 않습니다.
계산하지 않습니다.
그에게 중요한 건 무엇을 포기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얻었는가입니다.
하느님 나라를 향한 선택은, 더 나은 가치를 위한 자유로운 선택입니다.
포기와 내려놓음의 갈림길에서
‘모두 처분했다’는 이 복음의 표현은 강렬합니다.
하지만 그건 단순한 ‘포기’가 아닙니다.
억지로 놓는 것도 아니고, 어쩔 수 없이 내려놓는 것도 아닙니다.
이는 기쁨과 신뢰에서 나오는 ‘내려놓음’,
곧 자유로운 해방이며 사랑의 결단입니다.
포기는 마음에 아쉬움과 상실감을 남기지만,
내려놓음은 마음에 평화와 새로운 생명을 품게 합니다.
하늘 나라는 그런 내려놓음을 아는 이들에게만 열리는 신비입니다.
존재 전체로 사는 하느님 나라
“가서 가진 것을 모두 처분하여 그것을 샀다.”
이 한 구절은, 신앙이란 ‘조금 걸치는 것’이 아니라, 존재 전체를 맡기는 것임을 가르쳐줍니다.
주님을 따라 산다는 것은 결국,
내가 움켜쥔 것을 기꺼이 내려놓고,
더 큰 사랑에 나를 내어 맡기는 것입니다.
오늘 나는 무엇을 처분하고, 무엇을 얻고 있는가.
그리고 아직 무엇을 움켜쥐고 놓지 못한 채,
그분의 나라 앞에서 주저하고 있는가.
하늘 나라를 위해, 나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그건 결코 포기가 아니라,
가장 빛나는 선택일 것입니다..
주님,
당신 한 분만으로 충분하다는 믿음을 제게 주소서.
기꺼이 내려놓고, 기쁘게 따르는 은총을 살게 하소서.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