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 알폰소 마리아 데 리구오리 주교 학자 기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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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819 조재형 [umbrella] 스크랩 2025-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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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생 때입니다. 학교에는 ‘재시험’이라는 제도가 있었습니다. 비록 중간고사에서 70점이 넘지 못했을지라도, 교수 신부님들이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제도입니다. 저는 다행히 재시험을 본 적은 없지만 많은 학생이 재시험을 통해서 다음 학년으로 진급할 수 있었습니다. 재시험이 없었다면 안타깝게도 동료들과 함께 진급하지 못할 수도 있었습니다. 재시험은 마치 예수님께서 하느님 나라는 밭에 묻혀 있는 보물과 같다는 비유와 같았습니다. 재시험을 잘 준비한 학생들은 좋은 성적이라는 보물을 얻어서 기쁜 마음으로 방학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30일 피정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반복’ 묵상을 줄 때가 있습니다. 반복 묵상은 말씀 안에서 새로운 보물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어떤 학생은 반복을 통해서 영적으로 더욱 풍요로워집니다. 어떤 학생은 반복을 마치 재시험처럼 생각해서 부담스러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반목은 재시험이 아닙니다. 반복을 통해서 새로운 가치와 새로운 말씀의 신비를 얻게 됩니다.
이러한 반복과 회심의 영성은 성 알폰소 마리아 데 리구오리 성인의 삶과도 깊이 닮았습니다. 그는 원래 법학을 공부하던 유능한 변호사였으나, 세속의 명예보다 더 깊은 진리를 향해 방향을 틀었습니다. 인간의 나약함과 고통을 깊이 이해했던 그는 단죄보다는 자비와 회개의 길, 사랑과 신뢰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고해성사를 통한 자비의 신학, 그리고 ‘지극히 거룩하신 성체 안에서의 예수님에 대한 사랑’은 그가 평생 품었던 신심의 핵심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예언자는 어디에서나 존경받지만, 고향과 집안에서는 존경받지 못한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은 매우 역설적입니다. 우리가 가장 잘 안다고 여기는 대상, 가장 익숙하다고 여기는 사람, 바로 그 존재 안에서 하느님의 신비를 놓치는 일이 우리에게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 돌아보게 합니다. 사랑 없이 보는 것은 피상이고, 사랑으로 보아야 비로소 진짜를 보게 됩니다.
수도회의 인사이동에 의해서 수녀님이 새로 왔습니다. 수녀님은 2년 전에 달라스 성당에서 소임을 하였습니다. 수녀님은 페루에서 선교하다가 다시 달라스로 왔습니다. 2년 전에 있었기에 달라스의 분위기를 잘 알고 있습니다. 처음 오면 해야 할 일들이 있습니다. 운전면허, 은행 계좌 열기, 쇼셜넘버 얻기가 있습니다. 예전에 있었기에 그런 것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처음 오면 지리를 익혀야 합니다. 예전에 있었기에 지리를 익힐 필요도 없습니다. 처음 오면 사람을 익히고 이름을 외우는 것이 부담입니다. 몇 개월은 지나야 알게 됩니다. 예전에 있었기에 그런 부담도 없습니다. 2년 동안에 바뀐 것은 본당 사제이기에 저만 알면 됩니다. 전에 있었던 곳에 다시 오셨으니, 더 많은 열매를 맺겠다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는 것은 예전에 보는 것과 다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본당 교우들에게 영적인 위로를 주리라 믿습니다.
우리의 신앙도 이와 같습니다. 세례를 받았고, 성경을 알고, 미사도 꾸준히 드리지만, 그것이 반복되어 익숙해질 때 우리는 그것의 깊이를 놓치기 쉽습니다. 그러나 사랑으로 다시 보면, 익숙했던 성경 말씀도 새롭게 들리고, 같은 이웃도 새로운 은총의 얼굴로 다가옵니다. 오늘 우리는 성 알폰소 성인을 기억합니다. 그는 인간의 마음을 사랑으로 치유하려 했고, 영혼의 깊은 회복은 사랑에서 비롯된다고 믿었습니다. 그는 단순히 복음을 가르친 것이 아니라, 자비의 눈으로 복음을 ‘다시 보게’ 해 준 사람이었습니다. 우리가 반복을 통해 신앙의 보물을 발견하듯, 우리 역시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의 눈으로 다시 바라볼 수 있는 은총을 구해야 할 때입니다. 오늘 이 미사 안에서, 성 알폰소 성인의 전구를 청하며, 하느님께 다시 한번 기도하면 좋겠습니다. “주님, 저희가 사랑으로 다시 보게 하소서. 반복 속에서 영혼의 보물을 발견하게 하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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